김영호 산자부장관 "외제車 탈수도 있다"…EU商議서 연설

  • 입력 2000년 3월 24일 19시 33분


‘외제차를 탄 장관.’

외제차를 탄 사람을 곱게 보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비칠까.

김영호(金泳鎬)산업자원부장관은 24일 주한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 초청 행사에서 연설하면서 “유럽산 자동차 한대를 갖고 싶다”고 해 스스로 이 논쟁의 중심에 나섰다.

‘여건이 허락한다면’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한국의 자동차시장 공략이 제대로 안돼 늘 불만스러웠던 EU의 기업인들이 이 말에 환호와 박수를 보냈음은 물론이다. 국민정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김장관은 이 한마디를 하기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애초 연설문에 문제의 대목을 넣었으나 이를 뺐다가 즉석에서 다시 이를 살렸을 정도다. 김장관이 실제로 외제차를 사서 탈지는 미지수다. 그보다 이날 발언은 최근 거세지는 외국의 통상압력에 대한 제스처의 성격이 짙다.

그동안 김장관에게는 외국으로부터 구매 권유가 쏟아졌었다. 며칠 전 인사차 집무실로 찾아온 미국 대사도 “장관이 외제차를 한대 사면 한국인들의 외제차에 대한 반감이 줄어들 것”이라며 슬쩍 압력을 가했다.

몇년 전 일본에서도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외국의 비난을 무마하려고 총리가 외제차를 사서 타는 장면을 연출한 적이 있다. 장고 끝에 나온 김장관의 제스처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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