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완연한 해빙무드…美 "일부 품목 禁輸 해제"

  • 입력 2000년 3월 19일 19시 59분


이란과 미국의 20여년 적대 관계가 풀릴 조짐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17일 미-이란협회에서 연설을 통해 상어알, 카펫, 견과류, 말린 과일 등 일부 이란산 품목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또 79년 테헤란 주재 미대사관 점거사건 이후 동결한 미국 내 이란의 금융자산(약 100억 달러)을 단계적으로 반환하고 학문 스포츠 민간 분야의 교류를 확대할 것임을 약속했다. 이란은 즉각 미국산 곡물과 의약품 수입을 허가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영국의 BBC 방송은 79년 이슬람 혁명과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점거사건 이후 얼어붙었던 양국관계가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이란 내 개혁파의 입지를 강화시켜 개혁과 개방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53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란의 좌파 정권 전복에 개입한 일과 이란-이라크전쟁(80∼88년) 때 이라크를 지원한 것을 미국 정부가 잘못된 일이라고 시인한 것도 이란인의 반미감정을 의식한 것이다.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은 무기사찰을 거부하고 있는 이라크와 올들어 유전개발 등을 노리고 이란과의 경제협력을 서두르고 있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를 견제하려 한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이 테러수출국이며 대량파괴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이란과의 적대관계를 완전히 청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란 외화수입의 85%(연간 160억 달러)를 차지하는 석유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금지조치를 미국이 아직 해제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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