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총통선거 D-1]"대륙인-대만인" 지역감정 얼룩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대만 총통선거가 막판 들어 ‘지역감정’으로 얼룩지고 있다.

표면상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양안관계와 부정부패 척결. 그러나 세 후보의 공약이 엇비슷해 지역정서인 ‘성지칭제(省籍情結)’가 표심(票心)을 움직이는 저변기류로 작용하고 있다. 성지칭제는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에 호적을 둔 와이성런(外省人)과 대만에서 태어난 번성런(本省人)간의 지역갈등을 뜻하는 말.

선거분석가들은 대만 유권자의 85%를 차지하는 번성런의 표를 누가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이번 선거가 결판날 것으로 예상한다.

제1야당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은 성지칭제를 적절히 자극하는 선거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

세 후보중 유일한 대만성 출신임을 강조하는 천후보는 15일 남부 핑둥(屛東) 유세에서 “와이성런인 쑹이 당선되면 태생의 한계 때문에 결국 대만을 중국에 팔아넘길 것”이라며 “대만은 ‘대만인 총통’이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대만으로 건너온 무소속 쑹추위(宋楚瑜)후보는 15일 밤 타이베이(臺北) 중정(中正)기념당 유세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천을 겨냥, “대만에서 먹은 밥그릇수를 따져도 내가 많다”며 “천은 표를 긁어모으기 위해 망국적인 성지칭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당 롄잔(連戰)후보도 중국에서 태어나 열살 때 대만으로 왔다. 그러나 롄은 부모가 대만 출신인데다 자신도 적(籍)을 대만에 두고 있는 번성런. 롄의 집안은 대만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로 할아버지는 ‘대만통사’를 쓴 저명한 역사학자이다. 이 때문에 롄측은 오히려 와이성런의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애쓰고 있다. 며칠전 쑹메이링(宋美齡)의 지지를 얻어낸 것도 장제스(蔣介石) 초대총통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와이성런의 표를 얻기 위한 것.

성지칭제의 뿌리는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이 대만으로 건너온 194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은 철저하게 대만인을 배척하는 정책을 썼다. 와이성런이 정부 군 은행 대학 등의 고위직을 독차지한 것은 물론 대만 토착어인 민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