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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7일 2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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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발매된 지 열흘만에 20만부가 넘게 팔렸다. 책표지에 실린 저자 오히라 미쓰요(大平光代)의 얼굴은 아주 앳되다.
그렇지만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남아’라는 도전적인 제목의 이 책에는 파란만장한 그녀의 반생이 담겨 있다.
효고(兵庫)현 아마가사키(尼崎)시에서 태어난 그녀는 중학 3학년 때 이지메(집단 괴로힘)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한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다. 폭주족에 끼어들면서 불량소녀가 됐다.
야쿠자 두목과 만나 16세에 결혼했다. 그러나 부하들은 보스의 ‘어린 아내’를 인정하지 않았다. 등에 문신까지 새기며 조직원이 되려 했으나 결국 6년 만에 이혼했다.
오사카(大阪) 술집에서 호스티스 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아버지 친구로부터 “앞으로 다시 일어서지 못하면 그건 네 책임”이란 질책을 듣는다. 술집을 그만두고 직업을 찾아 나섰지만 중학중퇴자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자격증을 따는 데 매달려 택지건물취급자격을 얻었다. 검정고시를 통해 방송통신대학생이 된 다음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암으로 쓰러졌다. 그녀는 “아버지 생전에 사법시험에 합격하겠다”고 약속했다. 28세 때인 1994년 첫번째 응시한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4년 뒤 부친은 작고했다. 1997년 오사카에서 변호사 개업을 해 현재는 주로 비행청소년을 변론하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누구도 과거는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인생은 반드시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