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독재정권보다 경제위기 극복능력 강해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민주주의는 독재정권보다 강하다.’

아시아 남미 러시아를 휩쓴 금융위기를 계기로 신흥 시장경제 체제의 국가는 경제위기에 처하면 민주주의가 붕괴되고 독재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독재정권이 경제위기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민신 페이와 애리엘 D 애디스닉 두 연구원은 4일 일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지에 실은 기고를 통해 2차 대전 이후 지난해까지 남미와 아시아 22개국에서 발생한 93건의 경제위기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1997년 발생한 아시아 경제위기로 오히려 30년에 걸친 인도네시아 수하르토의 독재정권이 무너졌으며 한국 태국 필리핀 등의 민주주의에는 아무 영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경제위기 때문에 정치체제가 바뀐 경우는 30건(32%)이었고 선거 불신임투표 사임 등을 통해 정권이 바뀐 사례는 17건(18%)이었으며 절반에 가까운 46건은 정권과 정치 체제 모두 변화가 없었다.

정치체제가 바뀐 30건 가운데 15건이 독재체제였으며 10건은 민주체제, 5건은 권위주의 체제였다. 경제위기 이후 민주체제가 붕괴한 10건은 물가상승이나 마이너스 성장 등 경제상황의 악화보다는 게릴라의 준동, 이데올로기 대립, 노동운동의 과격화 등 정치 사회적 요인이 더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민주주의는 선거나 불신임 투표 등 정치적인 책임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면서 위기극복에 필요한 면역능력을 높여왔다”면서 “서방 국가들은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에는 재정 지원에 앞서 부패척결과 개혁추진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 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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