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 칠레 귀국…英 "건강상태 악화"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전 칠레대통령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4)가 16개월만에 영국에서 석방돼 칠레로 귀국하게 됐다.

잭 스트로 영국 내무장관은 2일(이하 현지시간) 피노체트의 건강 상태가 나빠져 재판을 받기 힘든 상황이라는 의료진의 판단을 받아들여 스페인을 비롯한 외국에 그를 송환하기 위한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피노체트는 빠르면 2일중 칠레로 귀국하게 될 것이라고 BBC방송 등 영국언론이 보도했다.

BBC 방송 등은 피노체트가 런던 인근 브리즈 노튼 공군 비행장에 대기중인 칠레 공군기를 타고 귀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지도 경찰이 피노체트 호송작전을 마련해 예행연습을 마쳤고 칠레 공군기 승무원과 의료진도 이미 신속한 탑승과 이륙을 위한 연습을 끝마쳤다고 전했다.

피노체트는 1998년 9월 치료차 영국에 입국했다가 집권 당시 저지른 인권침해 및 고문 혐의 등으로 스페인 당국이 발급한 소환 영장에 따라 10월 체포됐다.

피노체트는 1973년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을 군사쿠데타로 무너뜨린 뒤 17년간 집권하면서 야당 지도자와 민주인사 등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그가 집권하는 동안 10만여명이 가혹한 고문에 시달렸으며 100만여명이 국외로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취임하는 리카르도 라고스 신임 칠레 대통령은 “피노체트가 귀국하면 사법당국은 제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피노체트는 칠레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칠레와 스페인 프랑스 등지의 인권 단체들은 영국의 피노체트 송환결정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피노체트 군정 시절 실종자 유족단체의 미레야 가르시아 부회장은 “영국의 조치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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