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한국여권 노린다…"수속대행-무료관광" 미끼 접근

  • 입력 2000년 2월 20일 20시 02분


중국의 범죄조직은 중국인이 한국인과 얼굴이 비슷한데다 한국여권은 변조가 쉽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한국여권을 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는 한국여권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여권브로커 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다.

▽수법〓범죄조직은 비교적 싼 호텔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접근, 호텔을 소개한 후 숙박수속, 항공권 기차표 예약 등의 명목으로 여권을 건네받은 뒤 달아나는 수법을 주로 사용한다. 또 관광객들이 몰리는 식당이나 가라오케 등에서 한국인의 여권을 훔치기도 한다.

지난해 9월말에는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이 단체로 여권을 사취당했다. 범인들은 중국인 여행사를 통해 사회과학원 유학생 관리처에 접근, “3000자 이상의 여행기를 제출하면 주변지역 관광을 무료로 시켜준다”는 공고를 낸 뒤 여행기를 제출하겠다고 신청한 한국학생 7명의 여권을 가로채 달아났다.

물론 강도수법도 중국범죄조직이 한국인의 여권을 입수하는 주요수단이다.

▽조직〓여권관련 범죄조직은 대부분 여권 입수에서부터 변조, 판매까지 모두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양(沈陽)이나 옌지(延吉) 등에는 한국여권의 사진을 감쪽같이 갈아끼우는 전문 사진변조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중국조직이 한국인과 결탁해 한국에서 중국인 사진이 붙은 여권을 만들어 반입시킨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5월 한국인 김모씨는 한국에서 중국인의 사진이 붙은 한국여권 4개를 발급받아 중국에 반입, 중국인을 제3국으로 출국시키려다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김씨는 한국에서 습득한 주민등록증의 사진을 중국인 여권 구입자 사진으로 바꾼 뒤 여권을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점〓여권을 사취당한 뒤 재발급받기 위해서는 보통 1∼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여권을 노린 강도사건도 빈발, 한국인들의 신변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국가이미지 실추도 심각하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여권의 사진을 변조해 미국으로 가려던 중국인 3명이 말레이시아에서 적발돼 강제출국당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 때문에 한국과 비자면제협정을 한 나라들이 협정파기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교민들도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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