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96년 리비아 카다피 암살기도 개입…무기-자금 제공

  • 입력 2000년 2월 13일 23시 14분


영국 정보기관이 1996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평의회 의장 암살기도사건에 깊숙이 간여했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영국 선데이타임스지는 카다피 암살기도사건에 영국 정보기관 MI6가 간여했다는 영국 정부의 1급 비밀보고서가 야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고 13일 전했다.

‘영국은 1인자를 노린다’는 제목의 이 비밀보고서는 총 4페이지 분량으로 리비아 반체제 인사들이 카다피의 차량 행렬에 폭탄 테러를 가해 제거하려는 음모와 MI6의 접촉사실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문서번호는 CX95/53452.

이 보고서는 MI6 요원들이 카다피 폭탄테러 및 정권 전복 계획을 적어도 거사 두달전에 알았다면서 리비아 반체제 인사들이 영국의 지원을 얻기 위해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줬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에는 암살 시점과 장소, 그리고 최소한 10만 파운드의 자금과 250자루의 영국제 무기가 암살기도범들에게 건네졌다고 쓰여 있다.

암살기도범들은 96년 2월 카퍼레이드를 벌이던 카다피의 차량으로 접근해 폭탄을 던졌으나 경호원들이 몸을 던져 막는 바람에 암살 계획이 성공하지 못했다.

선데이타임스는 MI6가 작성한 이 보고서가 당시 영국 외무부 고위 관리들에게 직접 제출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98년 6월 MI6 전직 정보요원이 영국 정보기관의 카다피 암살개입설을 폭로하자 로빈 쿡 당시 외무장관이 BBC 방송에 출연해 “영국 정보기관의 개입설은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라고 반박했었다. 쿡장관이 영국의 개입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다면 쿡장관은 도덕적인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영국은 84년 리비아를 테러국가로 규정해 단교했으며 지난해 국교를 정상화시켰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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