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代 노처녀 비네티 "정지용 시인에 빠져…옥천서 살렵니다"

  • 입력 2000년 2월 8일 20시 19분


40대의 스위스 노처녀가 월북 시인 정지용(鄭芝溶)의 고향인 충북 옥천군 옥천읍 상계리의 허름한 흙벽돌 집에서 시를 지으며 4년째 혼자 살고 있다.

스위스 바젤 출신의 지나 비네티(43). 그는 86년 삼성전자 독일지점에 입사한 뒤 한국 근무를 자원해 91년부터 95년까지 서울의 삼성국제경영연구소에서 근무하다 퇴사 후 96년 9월 옥천에 정착했다.

“‘향수’라는 가곡이 너무 좋았어요. 특히 가사에 매료됐지요. 이런 주옥같은 시를 쓴 지용시인의 고향을 찾았다가 옥천의 농촌 분위기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그는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현재 청원군 오창면의 산업용 접착테이프 제조업체인 ㈜세일하이텍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시작(詩作)에 열을 쏟고 있다. 98년 옥천문학회에 가입해 ‘마흔의 생각’등 4편의 시를 ‘옥천문학’에 발표하기도 했다. 처음엔 영어로 시를 지어 한국어로 번역했지만 요즘은 직접 한국어로 시를 지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도 뛰어나다.

그는 틈틈이 옥천군의 영문판 관광책자 제작을 돕기도 하고 한국 국적 취득시험에 대비해 한국역사도 공부하고 있다.

“한국 농촌을 소재로 시를 쓰고 불우 어린이들을 보살피면서 살고 싶습니다. 이곳에 뼈를 묻을 생각입니다.”

그는 바다와 예술을 좋아하고 진실이 생활신조라는 뜻에서 스스로 한국이름을 양예진(洋藝眞)이라고 지었다.

<옥천〓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