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일본인 주부가 겪은 체험담이다. 같은 아파트에서 자주 마주치는 한국 아주머니와 어느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게 됐다.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반가움의 표시로 웃으며 인사를 했더니 그 아주머니는 버럭 화를 내더라는 것이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느냐. 왜 빤히 얼굴을 쳐다보고 웃느냐”라며. 한국인의 표정이나 매너에 대한 이런 에피소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리의 ‘난타’ 공연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는 소식이다. 배우들이 칼 빗자루 등 손에 잡히는 것은 뭐든지 타악기로 사용해 신나게 두드려대는 이 공연에 대해 일본인들의 공통된 반응이 한가지 있다. 한국인이라고 하면 대개 엄격하고 딱딱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의외로’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일면을 발견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에 대해 우리 역시 ‘의외’라는 생각을 갖는다. 한국인들이 정말 그렇게 딱딱하고 근엄한 사람들일까 되묻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예로 든 에피소드들은 각 나라의 문화와 관습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한다면 한국을 우리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외국인들이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매끄럽고 세련되지 못한 부분이 우리에겐 적지 않다. 남이 지적하기 앞서 우리 스스로 외부에 잘못 소개된 점을 제대로 알리려 하고 또 좋은 점은 적극 알리는 것이 세계화 시대의 한가지 과제가 아닐까.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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