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기민당 비리로 무너지나…하원, 前現간부 26명 소환

  • 입력 2000년 1월 21일 20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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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제기, 관련자의 공직 사임과 자살, 의회의 관련자 소환…. 독일 기민당(CDU)의 비자금 스캔들이 메가톤급 스캔들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비리사건으로 확대됐다.

기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을 수사중인 독일검찰은 20일 기민당 재정 및 예산 책임자의 자살이 이번 스캔들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독일 일간지 베를리너 차이퉁은 자살한 볼프강 휠렌은 요아킴 회르스터 기민당 원내총무가 주장하는 것처럼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자살한 것이 아니며 그가 남긴 유서에는 의회 조사로 자신의 자금 횡령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는 내용과 일부 횡령 사실이 담겨 있다고 21일 전했다.

휠렌은 84년부터 기민당 재정 및 예산 책임자로 일해왔다.

독일 검찰은 휠렌이 남긴 기민당 예산관련 자료 등을 바탕으로 기민당 관계자들이 비자금을 선거운동 외의 용도로 불법 전용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독일연방하원 특별조사위원회의 기민당 지도자 소환도 태풍의 눈이다. 조사위원회는 헬무트 콜 전총리를 비롯해 볼프강 쇼이블레 기민당 당수, 엔겔라 메르켈 사무총장, 콜 총리 내각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폴커 뤼헤 기민당 부당수, 디트리히 겐셔 전외무장관과 테오 바이겔 전재무장관 등 전현직 기민당 지도자 26명을 소환했다. 이에 따라 자칫하면 기민당 지도부가 한꺼번에 몰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폴커 노이만 조사위원장은 “콜 전총리가 비자금 제공자 공개를 거부하고 있지만 조사가 진행돼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단계가 되면 마음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노이만 위원장은 캐나다에 체류중인 독일 무기중개상 칼하인츠 슈라이버에도 의회 증언대에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슈라이버는 독일 군수업체 티센의 무기중개를 하면서 콜 전 총리와 쇼이블레 당수에게 비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노이만 위원장은 92년 콜 정권 당시 동독 정유사 로이나를 프랑스 정유사 엘프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1억마르크(약 600억원)의 비자금이 기민당 등에 전달됐다는 의혹과 콜 정권 당시 이뤄졌던 무기 수출 관련 비리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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