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셰비치, 과거 반인륜범죄 은폐위해 아르칸 살해"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06분


이슬람계 사람들만 골라 죽이는 ‘인종청소’로 악명높았던 세르비아계 전범 아르칸(본명 젤리코 라즈나토비치)은 누가, 왜 죽였을까.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17일 아르칸의 암살배경에 대해 세가지 갈래로 보도했다.

첫번째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대통령 등 집권 세력의 조직적인 정치 테러 가능성. 유고 야당과 언론들도 이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부크 드라스코비치가 이끄는 세르비아 재건운동당은 16일 “이번 사건은 계획적인 국가 테러리즘”이라며 현 정권에 화살을 돌렸다. 야당 측은 △시내 중심가 호텔에서 대낮에 살해됐는데도 단서하나 없다는 점 △아르칸이 밀로셰비치와 함께 전범으로 기소됐고 과거 반인륜 범죄 내막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꼽았다.

아르칸이 재판에서 밀로셰비치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것을 우려해 미리 제거했다는 것이다. 아르칸 외에도 5명의 유고 전범이 재판 회부 전에 피살되거나 자살, 또는 병사했다.

더구나 집권 사회당과 극우 민족주의 연합세력은 이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두번째는 이권분쟁을 둘러싼 지하 범죄조직 등의 범행 가능성. 전쟁기간 중 담배와 석유 밀수 등으로 떼돈을 번 아르칸은 적이 많다. 영국 BBC방송도 “아르칸을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마지막은 서방 세력의 음모 가능성. 서방 세력들이 밀로셰비치를 위협하려고 전문 킬러를 고용해 측근인 아르칸을 죽였다는 것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