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과학지, 컴퓨터시대 행동철학 "내일 할일은 내일로"

  • 입력 2000년 1월 14일 18시 50분


“내일로 미룰 수 있는 일은 오늘 하지 말라.”

게으름뱅이의 생활신조처럼 들리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는 최근호에서 컴퓨터 발전속도를 감안할 때 특정 연구용 계산은 아예 뒤로 미루는 편이 낫다는 주장을 게재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대 스튜어드천문대 크리스 갓브레스 박사는 이 잡지에서 “컴퓨터로 26개월 이상 걸리는 계산작업이라면 뒤로 미루는 게 낫다”며 “그것은 머지않아 등장할 컴퓨터의 계산능력이 훨씬 빠를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어(Moore)의 법칙을 근거로 ‘기다림’이 오히려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무어의 법칙은 1965년 미국 ‘인텔’사의 설립자 중 하나인 고든 무어가 세운 것으로 ‘특정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컴퓨터의 계산 능력은 18개월마다 두배로 향상된다’는 예측이다.

갓브레스박사는 “계산작업을 미루면 더 적은 돈으로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살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느린 컴퓨터로 먼저 시작한 사람보다 더 먼저 작업을 끝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현재의 컴퓨터로 41개월이 걸리는 계산이 있다면 연구팀은 1년(12개월)을 기다렸다가 새 컴퓨터를 산 뒤 작업을 시작하라고 권했다. 이 경우 작업을 시작하는 시점이 1년 늦었지만 컴퓨터 성능은 오히려 좋아졌기 때문에 1년전 작업을 시작한 사람보다 오히려 3개월 정도 먼저 작업을 끝마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암호학이나 기상학에서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더라도 2년 이상 소요되는 연구계산 과제가 적지않게 등장하고 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