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리 관저' Y2K 대책실 르포]

  • 입력 2000년 1월 2일 23시 04분


지난해 12월 31일 밤부터 새해 첫날 오전까지 일본 도쿄(東京) 나가타초(永田町) 총리관저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가 Y2K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총리관저대책실’을 설치하고 진두지휘하며 밤을 새웠다. 일본은 아시아 선진국 중에서 가장 먼저 2000년을 맞기 때문에 세계의 주목을 받았었다.

31일 오후 6시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이 관저 별관 3층에서 기자회견을 통해‘총리관저대책실’가동을 선언했다. 전기 철도 원자력 가스 항공 등을 담당하는 관계성청(省廳)에서 파견나온 50여명의 관계자들이 굳은 얼굴로 보고접수용 전화기 앞에 앉았다. 이들은 모두 ‘Y2K’라고 새긴 비표 배지를 옷깃에 달고 있었다. 후카야 다카시(深谷隆司)통산상, 니와 유야(丹羽雄哉)후생상,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운수상 등 각료들이 차례로 대책실에 들러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오후 8시 반 오부치총리가 대책실에 들어섰다. 그는 30분전에 2000년을 맞은 뉴질랜드에 전화를 걸어 가와시마 준(川島純)대사와 통화했다. 오부치총리는 “새 밀레니엄을 맞은 것을 축하합니다. 걱정은 Y2K인데 그 쪽은 별일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대사가 별일 없다고 한 듯 총리는 “아무 일도 없다니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계속 지켜보다가 일이 있으면 곧바로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밤 11시가 조금 넘어 모리 요시로(森喜朗)자민당 등 자민 자유 공명의 연립 3개 여당 간부들이 관저에 대거 들러 상황을 살펴봤다.

1일 0시가 가까워오자 관저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대책실로 통하는 계단에는 관계자외 출입금지 팻말이 서 있었다. 0시를 조금 넘겨 전화 전기 철도 회사 등이 직접 확인한 결과 별 이상이 없었다는 소식이 TV로 전해졌다.

0시50분 별관1층 회견실에서 오부치총리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립여당 고위간부들이 모두 배석했다. 기자 150여명이 몰렸다.

오부치총리는 “모든 전력회사, 대도시가스회사, NTT(일본전신전화), 전국주요도시의 상수도, 주요철도 37개사, 모든 항공관제시설, 모든 원자력발전소 등을 확인한 결과 현재 순조롭게 가동중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방송기자들이 관저 앞마당의 생방송용 TV앞으로 뛰쳐나갔다. “…오부치총리는 방금전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국내에는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7시간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렸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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