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성시대/21세기 미래상]'사이보그형 인간' 활보

  • 입력 2000년 1월 2일 21시 16분


《컴퓨터 인터넷 전자상거래 전자게임 가상현실 컴퓨터바이러스 등은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신조어다. 새 천년은 이런 신조어를 만들어낸 디지털 기술이 화려한 꽃을 피우고 인간생활 구석 구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디지털 전성시대’가 될 것이다. 미국의 컴퓨터 전문잡지 PC월드가 신년호 특집기사를 중심으로 디지털 시대의 미래상을 소개한다.》

▼컴퓨터▼

정보시대의 총아로 각광받아온 PC는 TV 휴대폰 등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TV와 핸드폰은 인터넷 검색 기능을 추가하면서 변신을 시도하며 PC의 지위를 더욱 위협할 것이다. 그렇다고 PC가 순식간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PC 또한 작고 가벼우면서도 성능은 월등히 향상된 형태로 변신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음성인식 기술이 실용화되면 PC의 키보드와 마우스는 박물관으로 가야 할 처지가 될 것이다. 미국의 런아웃 & 호스피사의 루이스 우 사장은 “음성인식 기술은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3∼5년이내 제품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성인식 PC 개발도 주목받고 있다. IBM은 ‘블루 아이스’(Blue Eyes)란 프로젝트 이름아래 감성인식 PC를 연구중이다. PC가 사용자의 심리상태를 파악해 알아서 일을 처리해주는 것. 사용자의 눈동자가 머무는 위치를 PC가 스스로 파악해 명령을 실행해주는 것이 그러한 예다. PC가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주인이나 사용허가를 받은 사람이 아닌 수상쩍은 사람은 아예 PC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도 연구되고 있다.

▼인터넷▼

인터넷 검색엔진 야후와 웹브라우저 내비게이터가 등장한 것은 불과 5년 전 일이었다. 그사이 세계의 인터넷 인구는 2억명으로 늘었고 현재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미 ‘주피터 커뮤니케이션’사는 2003년 미국의 가정내 인터넷망 보급률을 63%로 전망했다. 98년에는 37%였다.

인터넷 접속 방식도 전화선이나 근거리통신망(LAN) 등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뀔 전망이다. 현재 미국내 인터넷 사용자 중 300만명 가량이 무선 접속을 하고 있다. 2004년에는 5000만명 이상이 휴대정보단말기 등을 사용해 무선방식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전망이다.

인터넷 속도는 현재 초당 2.5기가비트(1기가는 10억)수준에서 6∼8개월마다 배로 늘 전망이다. ‘인터넷 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광대역 접속기술이 개발되면 인터넷 속도는 1000배나 빨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영화 음악 비디오 뉴스 등도 인터넷을 통해 보는 것이 그리 먼 일이 아니며 화성 등 외계와 지구와의 인터넷 통신도 멀지 않은 장래에 실현될 것이다.

▼휴대용시대▼

미 사이버노트사는 옷처럼 착용이 가능한 PC를 개발중이다. 모니터는 선글라스 형태로 바뀌게 돼 편안히 PC 화면을 볼 수 있게 된다. PC로 무장한 사이보그 인간형이 출현하게 되는 셈이다. 착용가능한 선글라스형 모니터는 이미 5500달러(약 624만원)에 거래중이다.

미 퀄컴사가 내놓은 스마트폰 PdQ는 휴대전화의 기능과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인 팜Ⅲ의 기능을 결합한 것. 팜Ⅲ에 기록돼 있는 전화번호를 자동으로 인식해 전화할 수 있으며 문자정보를 편리하게 송수신할 수 있다. 조만간 PdQ보다 기능이 훨씬 더 개량된 스마트폰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IBM은 손목시계형 컴퓨터를 연구중이다. 이 컴퓨터는 음성으로 작동되며 무선 인터넷 접속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바이러스▼

현재는 컴퓨터 하드웨어를 망가뜨리는 ‘파괴형 바이러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는 ‘프리티파크 바이러스’(PrettyPark.exe)처럼 컴퓨터자료를 훔쳐가는 ‘스파이형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6월 처음 발견된 이 바이러스는 전자우편을 통해 컴퓨터에 침입한 다음 이용자의 개인정보 등을 빼내간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접속해 새로운 바이러스를 다운 받아 자체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능력을 갖춘 ‘바빌로니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미 시맨텍 등 컴퓨터 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 개발업체들은 미래에는 이처럼 스스로 환경에 적응해 모습을 바꾸는 ‘환경 적응형 바이러스’가 유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바이러스는 계속 진화하기 때문에 기존 백신 프로그램으로는 퇴치하기가 어렵다.

▼전자상거래▼

미 포레스터 리서치사는 99년 200억달러인 미국의 인터넷 상거래 규모가 2004년 184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상거래 품목이 늘어나고 규모가 커질 뿐만 아니라 쇼핑 방식도 바뀐다. 가상현실 기술을 응용해 안방에 앉아서도 대형 마켓을 직접 찾은 것 처럼 물건을 고르고 살 수 있다. 옷을 사기 전 어울리는지를 미리 확인해보게 될 것이다. 3차원 영상방식의 뮤직 비디오를 보며 무대위에 올라가 가수의 뒷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웹사이트 구성도 동영상과 음성을 기반으로 하는 멀티미디어 기능 위주로 변할 것이다.

▼윈도와 MS▼

현재 대부분의 PC 사용자는 ‘윈텔(wintel)’세대다.

MS사의 윈도와 미 인텔사의 칩이 내장된 PC를 쓰고 있다는 뜻.

그러나 리눅스 등 윈도에 맞서는 새로운 운영체계가 등장하고 있으며 인텔사 칩을 사용하지 않는 PC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특히 PC를 사용하지 않고도 인터넷통신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에 MS와 인텔사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MS의 아성에 도전하는 가장 막강한 경쟁자로는 미 심비언사. 이 회사가 노키아 에릭슨 모토롤라 마쓰시다사와 합작해 만든 스마트폰은 전자우편 전송과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휴대전화다.

▼家事도 자동화▼

디지털 기술은 가사노동의 부담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필립스전자회사는 음성으로 불을 켜고 불길을 조정할 수 있는 ‘음성인식 앞치마’를 곧 내놓을 계획이다. 또 온도계처럼 음식에 꽂으면 칼로리를 측정할 수 있는 ‘칼로리 분석기’도 개발중이다.

미국 MIT대 미디어 연구소에서는 ‘말하는 오븐용 장갑’과 ‘맛보는 수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 장갑을 끼고 칠면조를 만지면 얼마나 구워졌는지 말해준다. 맛보는 수저를 수프에 넣고 휘저으면 얼마나 매운지 알려준다. 냉장고 제조사인 프리기데어는 냉장고 안에 식품이 떨어지면 알아서 슈퍼마켓에 주문을 해주는 ‘똑똑이 냉장고’를 곧 출시한다.

▼게임오락 산업▼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전자 게임 산업도 놀라운 발전을 이루게 된다.

‘둠’의 투박한 컴퓨터 그래픽은 ‘둠2’를 지나 ‘하프 라이프’에 와서는 더욱 세밀하고 선명해졌다. 소니가 3월에 시판할 ‘플레이스테이션 2’는 입김과 머리카락 한올까지 낱낱이 볼 수 있는 선명한 동영상을 재현해줄 것이다.

게임의 등장인물들은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해 선수를 칠 정도로 똑똑해진다. 각본 대로 움직이지 않고 마치 감정이 있는 생명체처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3차원의 가상현실 게임도 등장해 조이스틱이나 마우스를 사용하는 대신 직접 손으로 만지고 발로 뛰면서 격투를 벌일 때의 흥분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전자게임 기술의 발달은 영화에도 영향을 미쳐 화면의 전쟁터에서 풍기는 화약냄새를 관람석에도 느낄 수 있고 대지진의 진동이 주는 공포를 관객이 몸을 떨며 함께 체험하는 날도 머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구자룡·이희성·김태윤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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