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수해 스케치]수도 카라카스 황토뻘로…

  • 입력 1999년 12월 19일 18시 47분


베네수엘라 전역에 15일부터 내린 폭우는 지대가 낮은 북부 카리브해 연안지역에 극심한 피해를 입혔다. 수도 카라카스 등 북부 도시의 주택가는 강물 범람과 산사태 때문에 대부분 황토뻘로 변했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18일 헬기로 고립 지역 주민을 구조하고 있으나 50년 만에 닥친 최악의 재해에 당혹해하고 있다.

○…계곡지형인 카라카스는 강물이 범람하면서 하루 100만명 가량이 이용하는 지하철 역사가 물에 잠겨 전동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대부분 지역의 전기와 수도가 끊겼으며 빈민들이 많이 사는 외곽 구릉과 야산에서 산사태가 빈발, 사상자가 많았다.

일부 지역은 흘러내린 토사가 3m 이상 쌓인데다 곳곳에 쓰러져 있는 가로수 때문에 차량통행이 불가능한 상태. 카라카스에서 메케시아 국제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도 곳곳이 유실돼 차량통행이 중단됐으며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도 취소됐다.

○…한 구호관계자는 카라카스 북부 인구 35만의 바르가스주 주민 90% 이상이 홍수와 산사태로 피해를 보았다고 전했다. 카리브해에 접한 항구도시 라 과이라의 경우 대부분 지역이 침수되고 산사태로 토사가 쌓여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됐다.

○…카라카스에 사는 엔리케 세라노(33)는 “15일 밤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나뭇가지를 붙잡아 구조됐다”면서 “내 이웃 4명은 급류에 휩쓸려 사라졌다”며 망연자실한 표정.

〈구자룡기자·외신종합연합〉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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