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외무 온천외교]탕자쉬안 "대중탕도 괜찮다"

  • 입력 1999년 12월 12일 19시 47분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과 탕자쉬안(唐家璇) 중국외교부장이 11일부터 1박2일 간 벌인 ‘온천외교’는 격식과 의전을 넘어선 말그대로 ‘파격’이었다.

홍장관과 탕 부장은 11일 오후2시 16인승 미니버스를 타고 경기 이천 미란다호텔로 향하면서 ‘19시간 30분’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 탕 부장은 버스 안에서 홍장관에게 “한국의 대중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온천탕을 가보고 싶다”고 제의했다.

▼일반인과 함께 온천욕▼

당시 외교부측은 의전에 걸맞은 장소를 찾지 못해 온천욕을 포기했던 상황. 홍장관은 “이천에는 대중탕밖에 없다”고 난색을 표했지만 탕 부장은 “괜찮다. 일본 온천과 어떻게 다른지 보고 싶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두 장관은 200여명의 일반인들이 들어찬 대중탕 안에서 50여분간 ‘온천외교’를 벌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반인들은 누가 왔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대중들과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온천욕을 마친 탕 부장은 “일본 대중탕보다 낫다”며 만족해했다. 탕 부장은 또 이천으로 가던 도중 광주요(廣州窯)에 들러 아직 굽지 않은 접시에 붓으로 ‘성(誠)’자를 크게 썼고, 외교부측은 완성품이 나오면 이를 탕 부장에게 전달키로 약속했다.

▼서민적 모습 인상적▼

탕 부장은 저녁에는 마오타이주를 곁들여 갈비와 된장찌개로 ‘한국의 맛’을 즐겼고, 12일 아침에는 호텔 일반 투숙객틈에 끼어 뷔페로 식사를 하는 등 소박하고 서민적인 모습을 보였다.

12일 오전 호텔 인근 설봉산 산책을 마지막으로 홍장관과의 동행일정을 마친 탕부장은 “이번과 같은 방문은 처음이었고 앞으로도 있기 어려울 것”이라며 크게 만족스러워했다는 후문.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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