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도체업계 "일본을 생산기지로"

  • 입력 1999년 12월 12일 19시 47분


미국 반도체업체가 일본에서 잇따라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각사가 앞으로 수년내 계획하고 있는 투자규모는 800억엔(약 8800억원)으로 외국 반도체업체의 대일 투자규모로는 사상최대.

세계 4위의 반도체업체인 모토로라는 일본 도시바(東芝)와 공동출자해 만든 센다이(仙臺)의 반도체 제조회사를 내년 말까지 완전한 자회사로 바꾸기로 했다. 자동차와 디지털가전용 반도체를 만드는 시설을 갖추는데 200억엔을 투자한다.

반도체업계 세계 5위인 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는 향후 4년간 일본에서 총 500억엔 규모의 설비투자를 할 예정이다. 내년 말에는 휴대전화와 디지털가전에 사용하는 시스템 LSI(대규모 집적회로)를 이바라키(茨城)현의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또 이곳에 초미세 가공 시설을 갖춰 현재 2500억엔인 일본내 매출액을 2003년 4000억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은 수천대의 중형컴퓨터로 24시간 세계의 인터넷정보를 관리하는 ‘데이터 센터’를 내년 중 일본에 세운다. 투자액은 수십억엔 규모.

IBM도 수십억엔을 들여 시가(滋賀)현의 공장에 개인용컴퓨터(PC) 기억장치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미국 반도체업계가 한국 대만 등에 비해 인건비 부담이 큰 일본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배경은 반도체 제품의 고성능화. 기존의 범용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시스템 LSI는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해 실수요지에서 생산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 때문에 하이테크업체가 많고 디지털가전과 전자상거래시장도 급속히 커지고 있는 일본 내 생산체제를 강화하게 된 것이다.

미국 반도체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경기 회복에 따라 일본 반도체업체가 투자를 확대하려는데 자극 받은 측면도 있다. 최근 NEC는 차세대 게임기용 반도체공장을 구마모토(熊本)에 건설키로 했으며 히타치(日立)제작소는 이바라키 공장에 1000억엔 규모의 대규모 투자 재개를 결정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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