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또 공식석상서 '비틀'…벨로루시 대통령이 부축

  • 입력 1999년 12월 9일 19시 48분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또다시 쓰러질 뻔 했다.

옐친 대통령은 8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벨로루시의 통합조약에 서명하려다 갑자기 휘청거리며 쓰러지려 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옐친은 곁에 있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이 부축해 겨우 몸을 가눴으며 얼떨떨한 채 조약을 읽어내려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그러나 옐친은 또다시 비틀거렸고 루카셴코가 부축하자 “뭐야, 다 끝난 거야”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옐친은 느리고 억양없는 목소리로 조약을 끝까지 읽었다.

옐친은 최근 급성폐렴으로 입원했다가 통합조약 서명과 중국방문 때문에 조기퇴원했다. 주치의들은 긴 여행이 심장에 무리라며 방문을 말렸으나 그는 충고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옐친이 건강상 문제가 없고 정치외교적 영향력도 살아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중국방문을 강행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8일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옐친의 의도는 이미 빗나갔다. 올해 기네스북은 옐친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13번 입원해 가장 많이 입원한 국가정상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이후 2차례 더 입원해 스스로 기록을 경신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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