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테러범 인질 모두석방 투항

  • 입력 1999년 10월 29일 03시 12분


인질 호송
인질 호송
아르메니아 국회의사당에서 바즈겐 사르키샨 총리와 카레 드리르찬 국회의장 등 8명을 살해한 뒤 경찰과 대치하던 테러범들이 28일 40여명의 인질을 모두 석방하고 투항했다.

테러범들은 로베르트 코차랸 아르메니아 대통령과 협상을 벌여 생명보장과 공정한 재판 등을 약속받은 뒤 사건 발생 17시간만에 무기를 버리고 경찰에 투항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현지 언론은 테러범이 4명이었으며 88∼90년 극렬 학생운동을 벌이기도 했던 전직 기자 나이리 우나냔(34)이 범행을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테러범들은 이날 아르메니아 국영TV에 공개된 성명에서 “최근 수년동안 우리 나라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붕괴됐다”며 “범국민적 재난을 중단시키고 유린된 국민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거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테러범들은 27일 오후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연단에서 연설 중인 사르키샨총리 앞으로 다가가 “쿠데타가 일어났다”며 모두 바닥에 엎드릴 것을 요구한 뒤 자동소총을 난사했다.

총기난사로 총리와 국회의장, 유리 바하샨 국회부의장, 루벤 미로얀 제2 부의장, 레오나르드 페트로샨 에너지장관과 미카엘 코타냔 의원 등이 숨졌으며 10여명이 다쳤다.

아르메니아 국방부는 이날 내무장관 국가안보장관 검찰총장 등의 즉각적인 사임을 촉구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우나냔이 ‘다쉬나크’로 알려진 아르메니아 민족주의 결사조직 ‘혁명연합’ 소속이었다며 정부가 이 단체를 탄압한 데 대한 보복으로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구자룡기자·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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