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희 전화인터뷰]"이젠 한국정부서 답변할때"

  • 입력 1999년 10월 13일 19시 34분


미국에서 한국을 위해 스파이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돼 복역중인 로버트 김씨(59·한국명 김채곤)는 최근 한국정부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자신이 한국의 스파이였는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줄 것을 촉구했다.

남편의 구술을 받아 정리한 질의서를 한국정부에 보낸 부인 장명희씨(57)는 12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국정부가 남편을 도와줄 수 있는 가능성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미 재판절차가 마무리됐는데 한국정부가 입장을 밝힌다고 해서 도움이 되겠는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편이 보낸재심청구가받아들여져연방대법원의심리가열릴예정이다.”

―남편이 한국의 스파이가 아니었다는 것을 한국정부가 증언해주기를 바라는 것인가.

“자세한 법적 문제는 모르겠다. 다만 남편이 요구하는 것은 질의서 내용대로다. 97년11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한국정부는 조금도 개입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남편은 한국정부와 내통했다는 혐의로 간첩죄를 쓰고 있지 않은가.”

―만약 한국정부가 끝까지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묻고 싶다.”

―이스라엘을 위해 스파이활동을 한 혐의로 복역중인 조너선 폴라드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에 그의 신병인도를 당당히 요청하고 있는데….

“덧붙일 말이 없다.”

―변호사를 다시 선임하려면 많은 돈이 들 텐데….

“솔직히 걱정스럽다.”

―지금까지 변호비용은….

“한국에서 모금운동도 해줬고 부모님도 도와주셔서 그것으로 해결해왔다.”

―월급과 연금도 몰수됐는데 생계는….

“아들과며느리도함께살고있다.”

―남편은 어떻게 지내는가.

“바쁘다. 죄수들에게 영어도 가르치고 자신의 법적 문제를 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남편의 건강은….

“혈압이 높아 약을 먹고 있다.”

―면회는 자주 가는가.

“너무멀어서 혼자 운전하고 가는 것을 남편이 불안해하며 못 오게 한다. 내가 오고가면 걱정이 돼 피가 마른다고 한다.살아서 바깥세상에서 만나자고 한다.”

장씨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고통에 적응한 것일까. 속으로 우는 것일까.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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