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진 이모저모]사과-오줌 연명 20代형제 생환

  • 입력 1999년 9월 26일 18시 59분


26일 강력한 여진이 대만 전역을 강타하자 주민들은 오토바이 헬멧 등을 쓴 채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는 등 공포에 휩싸였다.

특히 24일은 명절인 중추절이었지만 가족과 친지를 잃은 주민들은 비탄과 눈물 속에 명절을 보내야 했다. 대만 정부는 24∼26일 관공서에 일제히 조기를 내걸었다. 간간이 필사적인 구조활동으로 생환하는 이가 나올 때면 환호성이 올랐다.

▼가스 누출 주민대피▼

○ …26일 여진으로 난터우(南投)현에서 산사태가 발생, 승용차를 타고 가던 2명 등 4명이 숨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해가 속출. 다리(大里)에서는 구조작업 중이던 대만 구조대원 2명이 낙석에 부상했으며 난터우 현 밍치엔시의 한 고층건물이 간선도로로 쓰러져 인근 농업조합을 덮쳤다. 또 한 양조장에서는 가스가 누출돼 폭발을 우려한 주민들이 긴급대피.

○ …지진 발생 130시간만인 26일 오전 타이베이 시내 12층 쑹산 호텔 잔해에서 쑨치우펑(25) 치우쾅(20) 형제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형제는 냉장고 속의 사과와 현장에 뿌려진 소방용 물, 소변을 마시며 지냈다고. 구조대는 건물에 3∼5명의 생존자가 남아 있는 것을 확인.

○…대만 보건당국은 아직 전염병 발생 보고는 없지만 이재민 10만명을 수용하고 있는 임시 막사에서 콜레라 이질 등 전염병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26일 경고.

▼悲報로 얼룩진 추석▼

○ …대만인들은 중추절에 웨빙(月餠)을 먹고 보름달을 보며 가족의 건강 등을 기원해왔으나 올해는 타이베이 시내에 자동차 모습조차 뜸할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 일간 연합보는 중추절에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퇀위안(團圓)’ 풍습을 들면서 “달은 둥글지만 가족들이 생사를 달리해 단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시름을 전했다.

○…대만 정부는 23일 이번 지진참사와 관련해 건축 설계사와 기술자 1000여명을 상대로 부실시공에 대한 수사에 착수.

법무부는 1차 조사 결과 일부 건물 벽 내부가 빈 플라스틱병 등으로 채워진 것을 확인했으며 건설 붐이 한창이던 최근 10여년간 지어진 고층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부실시공 여부를 집중 조사중.

▼부실시공 수사 착수▼

○ …홍콩 젊은이들의 우상인 가수 장쉐유(張學友)와 유명 여배우 메이옌팡(梅艶芳) 등은 25일 한 TV의 모금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세계 화교들에게 지원을 호소. 홍콩과 싱가포르 외에 동남아 화교들도 모금활동을 활발히 전개. 이런 가운데 구호품 전달을 자청한 뒤 물품을 빼돌리거나 고가에 팔아넘기는 파렴치범이 생기고 있다고 현지 언론매체들이 개탄.

〈타이베이·홍콩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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