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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9월 19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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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러시아 연방회의(상원)는 17일 긴급회의를 열고 옐친대통령의 자발적 하야를 촉구하는 성명을 마련했다. 상원의원 104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긴급회의에서 61명이 옐친의 조기하야에 찬성했다.
비록 성명이 정식으로 채택되지는 않아 구속력은 없지만 그동안 국가두마(하원)와는 달리 옐친을 지지해온 상원이 등을 돌린 셈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친옐친파로 분류돼온 예고르 스트로예프 상원의장은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지와의 회견에서 “옐친이 지금 물러난다면 모두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옐친은 스위스 건축회사 마베텍스의 뇌물제공사건에 둘째딸 타티아나 디아첸코와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부총리 등 측근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지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한편 러시아의 인터넷 신문 가제타RU는 병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17일 옐친 대통령이 조만간 입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옐친 대통령이 이달초 휴가를 얻어 지병인 심장병을 치료할 예정이었으나 폭탄테러 때문에 이를 연기했다고 전했다. 옐친 대통령은 17일 예정됐던 세르게이 쇼이구 에너지장관과의 면담을 취소해 건강악화설을 뒷받침했다.
미국의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 모니터지는 17일 옐친의 조기사임 압력과 관련해 “옐친이 그동안 즐겨 사용한 ‘총리 해임’카드를 또 꺼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폭탄테러 해결 여부에 관계없이 희생양으로 몰려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