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車산업 위기…외국社, 국내 부품사 102곳 장악

  • 입력 1999년 9월 17일 18시 46분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경영권이 외국업체로 넘어가는데다 우량 부품업체들마저 속속 해외업체에 팔려 자동차산업 전체가 외국업체에 급속히 잠식되는 상황. 내년부터는 일본차가 국내시장에 본격 상륙할 예정이어서 독점체제를 유지해온 내수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부품업계 위기 확산〓현재 미국 독일 일본 등 다국적 부품업체들이 50% 이상 지분을 인수한 국내 부품업체는 모두 102개. 이들 업체의 대부분은 국내 자동차 3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업체여서 결과적으로 외국업체가 국내 완성차업계의 목줄을 잡고 있는 셈.

대우사태로 인해 대우차 협력업체의 부도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 채권단의 지원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선 은행 창구에서는 지원에 소극적이어서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우차 협력업체의 상당수는 현대와 기아에도 부품을 납품하고 있어 도산하면 완성차 업계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 몰려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일본차의 내수시장 잠식 우려〓대우그룹과 대우차 경영권 협상을 벌이고 있는 GM이 대우 지점망을 통해 자사 차량을 판매할 경우 급속하게 내수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도요타 등 일본차 업체도 내년말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시장에 상륙할 예정이어서 현대 기아 대우 3사 분할구도인 내수시장이 2,3년 뒤에는 국산차와 수입차 시장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GM의 대우차 지분 인수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현대도 크라이슬러 등 2,3개 외국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어서 해외업체의 국내시장 잠식은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 선두, 현대차도 불안하다〓내년 상반기중 계열분리한 뒤 독자생존을 모색할 예정인 현대자동차도 최근 그룹의 신용 저하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 여파로 16일 런던에서 해외주식예탁증서(DR)을 발행하면서 할인율을 15.85%로 높게 결정해야 했다.

국내에서는 수위를 지키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기술수준이 아직 많이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기술투자가 시급한 실정이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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