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회사, "한국기업 氣꺾자" 특허소송 잇따라

  • 입력 1999년 9월 11일 19시 21분


‘성장하는 한국기업의 기를 꺾어라.’

국내외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우리업체들이 다국적기업의 소송 공세에 휘말리고 있다.

최근 다국적 기업인 스위스 노바티스사는 종근당의 면역억제제‘사이폴―엔’이 자사의 ‘네오랄’제조기술과 동일하다며 최근 서울지방법원에 특허침해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종근당은 “제조방법이 전혀 다른데도 노바티스가 소송을 제기했다”며 “면역억제제 시장에서 종근당이 약진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간 300여억원규모의 국내 면역억제제 시장은 그동안 노바티스의 네오랄이 거의 독점해왔으나 97년 종근당이 사이폴―엔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

종근당은 미국에서 특허를 획득한데 이어 캐나다 임상실험도 거의 마무리돼 연내 해외시장(연간 15억달러규모) 진출을 추진중이어서 선발 외국기업의 견제는 예상됐던 일이기도 하다.

종근당은 소송의 승패에 관계없이 이미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소송제기사실이 알려지자 수출협상중인 외국업체들은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계약을 미룰 태세이고 국내 병원들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 거대한 다국적 기업의 소송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엄청난 비용과 시간낭비도 걱정거리.

이같은 다국적 기업의 소송은 특히 제약업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동성화학 등 국내업체들은 3M으로부터 정형외과용 합성캐스트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으며 환인제약도 미국 머크사의 골다공증치료제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소당해 소송이 진행중이다.

컴퓨터업계에서도 미국에서 저가PC로 인기를 얻고 있는 삼보컴퓨터의 이머신즈가 지난달 컴팩으로부터 자사의 PC제조기술을 동의없이 사용했다는 이유로 특허소송을 당하는 등 소송사례가 적지 않다.

관련업계는 이 부문 역시 국내기업에 대한 견제가 목적인 것 같다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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