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마피아 뉴욕銀서 12조원 세탁

  • 입력 1999년 8월 19일 20시 03분


미국 검찰과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이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돈세탁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이들 기관은 러시아 마피아가 무기와 마약 밀매를 통해 조성한 거액의 불법자금을 미국 뉴욕은행 계좌를 통해 세탁한 사실을 적발해 수사하고 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1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뉴욕검찰과 FBI 및 CIA 등은 러시아 마피아가 뉴욕은행을 통해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42억달러(약 5조400억원)를 세탁한 것으로 이미 확인했다.

이들 당국은 러시아 마피아가 작년초부터 최근까지 이 은행을 통해 모두 100억달러(약 12조원) 가량을 세탁한 것으로 보고있다.이는 미국역사상최대규모의돈세탁사건으로간주된다고 수사관계자가 밝혔다.

뉴욕은행은 이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는 나타샤 구르핑겔 카갈로프스키(44) 동유럽 담당 수석부사장과 루시 에드워드 동유럽 담당 부사장 등 임원 2명을 직무정지했다. 이들은 모두 러시아 태생의 여성으로 러시아 사업가와 결혼했다.FBI는 이들 중 한명이 문제의 계좌를 관리했고 남편이 돈세탁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타샤의 남편 콘스탄틴 카갈로프스키는 러시아대통령 경제고문을 지냈고 러시아를 대표해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협상을 벌인 러시아 경제계의 거물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계 미국인’이 작년초 뉴욕은행에 문제의 계좌를 개설해 돈세탁 준비를 갖췄다. 그후 러시아 마피아의 미국내 위장회사인 ‘YBM 마그넥스’가 돈세탁에 관여했다. 러시아 마피아는 모두 1만여차례에 걸쳐 불법자금을 이 계좌에 입금했다가 곧 인출해 러시아 등 제삼국으로 빼돌렸다.

FBI와 CIA는 사건 배후 인물로 러시아 마피아의 막후 실력자인 세묜 유코비치 모길레비치(53)를 지목하고 있다. 모길레비치는 구소련군이 동독에서 철수할 때 헐값에 넘겨받은 구소련제 무기를 이란 이라크 세르비아에 되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긴 인물이다.

미국 금융계와 수사당국은 미국의 첨단 금융시스템이 러시아 마피아에 맥없이 뚫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다. 미 재무부의 금융범죄 적발 전산망인 SAR는 소수의 특정계좌를 통해 대규모 자금이 단시간에 입출금되면 이를 자동적발한다고 밝혔으나 이번에는 아무런 기능도 발휘하지 못했다.CIA와 FBI는 작년 러시아 금융위기 이후 갈 곳을 잃은 불법자금이 서방세계 금융기관으로 대거 몰려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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