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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7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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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마지막 왕 움베르토 2세의 아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왕자(62)의 망향가가 점점 애절해지고 있다. 그는 53년전 떠난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실향민의 심경을 담은 서한을 최근 이탈리아 신문에 공개했다고 프랑스 신문들이 전했다.
“왕위를 되찾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단지 50년 이상 밟아보지 못한 고국땅에 단 몇시간이라도 머물고 싶을 뿐이다.”
에마누엘레왕자는 코소보 난민에게 물자를 공급하는 이탈리아 적십자사 선박편으로 잠시 귀국하고 싶다는 자신의 요청을 이탈리아 정부가 거부하자 신문을 통해 귀국을 호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870년 이탈리아를 통일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1세는 1946년 왕정이 폐지될 때까지 이탈리아를 통치했다. 그러나 2차대전에서 패한 이탈리아는 1946년 국민투표를 통해 왕정폐지와 왕실가족의 국외추방을 결정했다.
이때문에 에마누엘레왕자의 부왕 움베르토 2세는 단 26일동안 왕위를 지키다 가족과 함께 해외로 추방당했다. 에마누엘레왕자는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 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하원은 왕자의 귀국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상원은 귀국을 허락하기 전 공화국에 대한 충성 맹세 여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려 아직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다.
이탈리아인들은 에마누엘레왕자의 언론플레이를 영구 귀국을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