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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18일 0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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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고국 방문이어서 그런지 교황은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속에 노구를 이끌고 묘소참배를 강행했다.
교황은 부모의 묘소와 옆에 있는 형의 묘소에 촛불을 켜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5분여간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린 교황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서둘러 일어섰다.
글리비체 마을을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초 교황은 이날 오후2시 바티칸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15일 감기몸살로 취소했던 글리비체마을 방문을 다시 시도한 것. 교황은 출발 시간을 6시15분으로 늦추고 글리비체마을을 찾았다.
교황은 글리비체에 모인 환영인파를 위해 기도를 올린 뒤 “여러분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한다”며 “나라면 약속을 어겼다가 다시 나타난 교황을 이해못할 것”이라고 농담까지 던졌다.
이에 청중이 “괜찮다”고 외치자 교황은 “그렇게 말해 주니 양심에 찔리지 않고 로마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교황은 비록 손이 계속 떨리긴 했지만 14일 공식행사 때와는 달리 혈색이 좋아보였으며 목소리도 떨리지 않았다.
그러나 교황청은 교황이 좀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18일과 20일로 예정됐던 아르메니아 및 로마의 성지 방문은 취소했다.
이에 앞서 교황은 16일 자신의 출생지이자 18세까지 살았던 바도비체를 찾았다. 교황은 자신의 이름을 딴 광장에 운집한 16만명의 군중 앞에서 다소 상기된 얼굴로 “역시 고향이 최고”라고 말했다.
평소 사생활에 대해 좀처럼 언급을 하지 않던 교황이지만 이날만큼은 감회가 새로운 듯 고향사람 앞에서 어릴 때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