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終戰]운명바뀐 코소보 두 민족

  • 입력 1999년 6월 10일 23시 46분


알바니아계 난민들의 코소보 귀향이 임박함에 따라 ‘역(逆) 인종청소’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알바니아계가 세르비아계에 대해 잔혹한 보복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지는 9일 이같이 전하면서 ‘역 인종청소’가 새로운 유혈충돌을 빚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난민 귀환 이후의 ‘피의 보복’을 우려해 코소보주를 떠나려는 세르비아계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르비아계 요리사 스토이안카 디미트리예비치는 “우리는 이곳에 살 수 없을 것”이라며 “유고군과 경찰이 떠나는데 누가 이곳에 남겠는가”고 반문했다. 코소보 동부 루자네 마을의 한 농부는 “이틀 동안 세르비아계 주민들과 짐을 가득 실은 자동차 200대가 근처 도로를 지나갔다”며 “나도 도망갈 것”이라고 말했다.

발칸전쟁 이전 코소보주 인구는 모두 180만명. 그 가운데 세르비아계는 20만명이었다. 4만여명의 유고군이 철수하면 세르비아계는 알바니아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세르비아계는 특히 알바니아계 무장세력인 코소보해방군(KLA)을 두려워 하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에 있는 난민수용소를 방문한 8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은 9일 “두 민족간의 화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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