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후 核무기 보유」日 가장 겁내는 시나리오

  • 입력 1999년 5월 31일 19시 29분


“일본의 가장 큰 악몽은 갑작스럽게 통일된 한국이 핵무기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의 칼럼니스트 짐 호글랜드는 30일 ‘미묘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본’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일본과 한반도의 관계를분석하며이같이주장했다. 호글랜드는 일본정부의 한 관리가 익명을 전제로 “일본이 핵무장을 검토할지 여부는 미국이 통일된 한국을 계속 비핵지대로 묶어두느냐에 달려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총리는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 “한미일 3국이 확고하고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한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호글랜드는 일본관리들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과 이에 대한 미국의 지지에 대해 불편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의 코소보 전쟁과 미국과 중국의 복잡한 관계, 점증하는 북한의 불확실한 의도, 그리고 일본 국내 경제의 침체 등이 일본의 정책입안자들을 현상에 만족할 수 없도록 동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반세기동안 경제적 이득만 취하고 전략적 야심은 포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때문에 일본이 세계와 편히 공존할 수 있었으나 최근 상황 변화로 이 환상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것. 호글랜드는 일본이 보다 싸고 성능이 우수한 미제 위성을 구입하라는 미국측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순수 일본 기술로 설계, 제작한 첩보위성을 4년 이내에 발사키로 결정한 것을 한 사례로 제시했다.

한 일본 관리는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이 위성개발을 촉발시켰다”면서 “세계 전체를 관할하는 미국의 위성보다 더 정기적으로 북한을 정찰하기 위해서는 독자적 위성 능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호글랜드는 전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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