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러 정상회담]金대통령『옐친은 경제 세일즈맨』

  • 입력 1999년 5월 29일 10시 0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측 인사들은 러시아방문 이틀째인 28일(한국시간)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0 …옐친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농담까지 건네는 등 건강이 좋아진 모습. 옐친 대통령은 김대통령에게 “탁월한 민주주의 지도자로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주창자이자 가까운 친구인 김대통령의 방문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인사.

김대통령도 “러시아의 정치 경제를 안정시킨 옐친 대통령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 김대통령은 또 “옐친 대통령이 정치에만 능한 줄 알았더니 세일즈맨으로서도 돋보이는 등 경제에 대한 열정을 보이시는데 대해 감명을 받았다”고 찬사.

이에 옐친 대통령은 “내 주머니에는 돈이 한푼도 없지만 세일즈맨을 자처하고 있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 옐친 대통령은 이어 “양국이 긴밀한 동반자관계인데도 그동안 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두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며 “앞으로는 전화를 자주 하도록 하자”고 제안.

옐친 대통령은 “한국이 원한다면 러시아의 현대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고 은근히 내심을 비치기도 했다.

0 …김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모스크바대 대강당에서 교수 학생 등 6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러 간 공동협력 등을 주제로 연설.

김대통령은 연설에서 “과거에 이 자리에서 강연한 일도 있고 명예교수라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수여받은 바도 있다”며 “나는 옥중생활 동안 푸슈킨 등 거의 모든 러시아 고전을 탐독했는데 러시아 문학이 내게 준 영향은 측량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술회. 김대통령은 또 “러시아 고전을 읽은 것만으로도 감옥에 간 보람이 있었다고까지 생각했었다”고 부연.

김대통령은 이날 밤 옐친 대통령 내외 주최로 크렘린궁 캐서린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참석, 답사를 통해 민주화투쟁의 공통경력이 있는 옐친 대통령과의 ‘동지애’를 강조.

〈모스크바〓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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