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출판사 한국문학에 큰관심…「달궁」등 출간계획

  • 입력 1999년 5월 20일 19시 23분


뉴욕이 영어문화권의 거대한 용광로라면 파리는 유럽문화의 입구다. 출판도 예외는 아니다. 파리에서 성공한 책들은 유럽의 다른 언어권과 중근동 아시아지역으로 다시 번역 소개된다.

이문열의 ‘시인’은 불어판이 나온 뒤 스페인 네덜란드에서 중역(重譯)됐고 이청준의‘예언자’는 콜롬비아 터키에서 출간됐다.

한국의 문학관계자들이 파리출판계의 문을 두드려온 것은 여러해전부터. 최근 눈여겨 보아야할 변화가 시작됐다.

최근 프랑스 두 명문출판사 갈리마르와 세이유가 한국문학에 전과 다른 관심을 쏟으며 ‘시장성’을 본격 탐색중이다. 악트쉬드,피에르비키에 등 중간급 출판사들이 90년대 이후 한국문학 작품 번역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이 변화의 동인이다.

세이유는 서정인의 ‘달궁’ 제1권을 내년 2월 출간할 계획. 번역자는 김경희 이인숙 두 한양대교수와 마리스 부르뎅(주한 프랑스대사관 공보관). 이 작품은 한국인들도 쉽게 읽어내리지 못할 정도로 문장이 길고 사설조인 문체로 유명하다. 그러나 세이유 책임편집인 뱅상 바레는 “일면 비극적이면서도 일면 유머러스한 작품”이라면서 “유럽인의 상상 속에 그려져 왔던 한국이 아니라 한국인이 보는 한국문화의 특질, 전쟁과 현대화의 명암이 잘 드러났다”고 평했다.

갈리마르의 세계현대소설컬렉션 ‘듀 몽 동테’(‘온 세계의’라는 뜻) 편집장 장 마터랭. 최근 악트쉬드에서 스카우트돼 온 그는 한국문학총서를 기획해 프랑스사회에 한국문학을 알린 ‘한국문학통’이다. ‘듀 몽 동테’는 매년 30권이 발간되는데 이 중 8∼9권은 영어권, 5∼6권은 스페인어권 작품에 각각 할당된다.

마터랭은 “아직 프랑스에 알려지지 않은 탁월한 한국작가를 발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대산문화재단이 이미 3편의 번역원고를 보냈지만 아직 한 권도 ‘OK’사인을 얻지 못했다. 마터랭은 ‘스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60년대 프랑스에 미시마 유키오 열풍이 분 이래 일본문학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부연설명이 필요없게 됐다. 한국문학이 빠른 시간 내에 알려지려면 그런 강력한 작가가 필요하다.”

두 편집자는 입을 모아 △토속성에 함몰되지 말 것 △개인의 특수한 삶을 통해 보편성을 건드릴 것 등을 이상적 작품요건으로 꼽았다.

〈파리〓정은령기자〉ry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