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경수로 보증조건 양보 안팎]

  • 입력 1999년 4월 23일 19시 38분


대북 경수로 공사 분담금의 상환과 관련해 한국정부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한 상환이라는 원칙을 양보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부담할 32억2천만달러(약 3조5천4백20억원·총공사비 46억달러의 70%)는 차관이 아니라 사실상 무상지원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경수로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KEDO에 차관을 공여하는 형식으로 분담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분담금의 상환도 KEDO가 보증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총공사비 중 10억달러를 부담하는 일본측도 한국정부와 같은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이번주초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韓美)협상에서 한국측은 상환 이행을 KEDO가 아닌 KEDO 집행이사국들이 상의해 보증한다는 모호한 조항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관조건은 경수로 완공 후 3년 거치 17년 분할 상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상환 주체가 불분명한 조건으로는 북한이 상환을 거부하면 사실상 분담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EDO를 통한 상환 원칙을 고수해온 한국정부가 입장을 바꾼 데는 미 국무부 고위 관리의 비공식 발언이 한국정부에 보고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 관리는 사석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겨냥해 “대북 햇볕정책을 추구하면서 분담금의 상환에 연연하는 자세는 일관성이 없다”고 비난했으며 이같은 사실이 지난주 한국정부에 보고됐다.

KEDO와 체결한 차관공여협정은 국회의 비준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비준과정에서 이같은 조건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