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방한]英여왕『즐겁고 매혹적인 하루』

  • 입력 1999년 4월 21일 07시 25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은 방한 이틀째인 20일 첨단산업현장과 ‘한국적인 곳’을 둘러보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부군인 에든버러공작(통상 필립공이라고 부름)의 ‘외조’일정도 분주했다.》

★ 대우車 디자인센터 방문

○…여왕 내외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대우자동차 디자인센터를 방문,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 내외의 안내로 자동차 신모델 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대우자동차는 여왕방문에 맞춰 현재 개발 중인 컨셉트차량 ‘미래’를 선보였는데 여왕은 차량 내부와 외부로 나눠 전시된 이 차량의 모델을 10여분 동안 유심히 관찰.

여왕은 특히 전기장치를 통해 차량의 운전대와 운전석이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다”며 웃은 뒤 “어떻게 기어복스를 없애 운전석을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 「애니드림 애니메이션」방문

○…여왕은 이어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 벤처기업인 서울 삼성동의 ‘애니드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찾아 △원작의 스캐너입력 △컴퓨터 채색과정 △편집 △VTR실연 등 제작 전과정을 살펴봤다.

여왕은 “사무실이 깨끗하고 좋다. 투자를 많이 했겠다”고 칭찬한 뒤 전설이나 전통 설화를 주로 다루는지, 아니면 창작물을 많이 제작하는지 등의 궁금한 사항을 끊임없이 질문해 안내를 맡은 회사관계자들과 수행원들이 진땀을 흘리는 모습.

○…이날 오후 여왕이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 입장하는 순간 이 건물 1층 종합문화센터에서 작업 중이던 학생들은 6대의 컴퓨터 화면에 일제히 여왕을 위해 마련한 환영 사이트를 띄웠다. 이화여대 홈페이지, 영국왕실 홈페이지, 마이다스 동아일보 홈페이지 등이 나란히 화면에 떴다.

여왕이 자신의 얼굴이 실린 마이다스 동아일보 초기화면에 관심을 표시하자 영자지 ‘이화보이스’의 편집장인 최정문양(22·신방과4)이 “여왕 소식을 담은 오늘 아침 동아일보 인터넷 신문입니다”라고 설명. 이에 여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학생들이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느냐”고 질문.

여왕은 또 생약학실험실에서 이상국(李相國)교수와 대학원생들이 인삼의 성분을 추출하는 실험을 10여분간 참관. 이교수가 “인삼의 생김새가 사람과 비슷하다”며 신체 부위와 인삼을 비교해 설명하자 여왕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벽에 걸린 대형 인삼사진을 천천히 살펴보기도.

여왕은 이 대학을 졸업한 전문직 여성들과 환담하면서 국제축구심판인 임은주(任銀珠·33)씨에게 “남자경기에서도 심판을 맡느냐”고 물은 뒤 임씨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축구 규칙을 잘 알아야겠다”며 미소.

★ 청와대 국빈 만찬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날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는 여왕 내외 등 양국 주요인사 1백70여명이 참석.

김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여왕폐하께서는 한국국민에게 ‘백년을 기다려온 귀한 손님’”이라며 “두 분(여왕 내외)의 방한은 번영과 발전을 위해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격려가 될 것이며 그런 두분께 한국은 ‘영원한 친구의 나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왕은 답사에서 “한국에서 이처럼 즐겁고 매혹적인 시간을 보내게 해주신데 대해 대통령님과 한국국민에게 감사드린다”며 “양국 간의 관계가 계속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화답.

여왕은 또 “한국의 가장 총명한 사람들이 영국에서 공부했고 대통령님 자신도 케임브리지대에서 머무르셨던 적이 있다”며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방한을 기념해 ‘엘리자베스 2세 장학금’으로 명명될 3개의 장학금을 수여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

★ 필림公 가양대교 방문

○…필립공은 이날 오전 위성방송수신기전문 제조업체인 대륭정밀과 서울정수기능대학을 방문, 공장근로자들과 학생들을 격려.

필립공은 또 이날 오후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건설공사장을 찾아 공사관계자들과 환담. 그는 “돛단배 모양을 한 경기장이 강물로 흘러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인접한 가양대교 건설현장도 둘러보고 LG연구소를 방문한 뒤 청와대 만찬장으로 향했다.

〈정연욱·윤상호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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