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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3월 14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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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 안팎에서 ‘페리보고서’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째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문제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에 미국의 독자적 북폭(北爆)을 클린턴 대통령에게 건의할지 여부였다. 페리는 국무부의 대북 유화조치에 불만을 품은 의회의 요구로 임명된데다 94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북폭을 검토한 국방장관이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반대로 획기적인 대북관계 개선책이 나올지 여부였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이 일관성을 결여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북한을 다루는 탁월한 전략이 수립되지 않겠느냐는 기대에서였다.그러나 페리는 11, 12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가진 두차례의 회견을 통해 이들 두가지 가능성이 모두 빈약한 것임을 확인했다.
먼저 북폭 가능성은 그가 11일 미국의 몇몇 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군사행동도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UPI통신이 보도함으로써 갑자기 부상했다. 그러나 그는 12일 내셔널 프레스클럽 연설에서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북폭을 반대하는 한 미국이 북폭을 강행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핵과 미사일은 전혀 다른 성질의 문제다. 핵은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통해 동결을 약속했기 때문에 약속위반을 이유로 북폭도 검토해볼 수 있다. 그러나 미사일의 경우는 북한이 자신의 행동을 구속할 만한 어떤 국제적 협정이나 미국과의 쌍무 협정을 맺은 적이 없다. 약속위반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리보고서가 획기적 대북관계 개선책을 내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페리는 대북 관계개선이라는 장기전략보다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는 현안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접근방식은 2단계다. 먼저 경제제재 해제와 추가 식량지원 같은 경제적 유인책을 통한 외교적 노력.여기서관건은북한을 충분히 끌어들일 만큼 매력적인 유인책을 내놓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 강경노선이 지배하고 있는 의회를 감안하면 그런 정책은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 단계는 북한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보다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 이것은 여전히 회색지대로 남아있다. 전쟁가능성을 배제하면서, 그리고 사실상의경제봉쇄정책을이미취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더 단호해질 수 있을 것인지는 페리보고서가 완성될때까지지켜봐야할 대목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