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유럽과 화해 발걸음…美,『테러지원 포기』제동

  • 입력 1999년 3월 10일 19시 49분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56)이 11일 이슬람권 지도자 중 처음으로 바티칸을 방문, 교황 요한 바오로2세를 만나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간의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비록 하타미 자신이 문명간의 대화를 통한 화해를 역설해 온 실용주의자이기는 하지만 이란이 아직도 미국 등 서방세계로부터 배척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의미가 자못 크다.

9일 이탈리아에 도착한 하타미는 이탈리아의 오스카르 루이지 스칼파로 대통령, 마시모 달레마 총리 등 고위 지도자들을 두루 만나며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유럽언론은 국익을 위해 정상외교를 펼치는 하타미의 모습을 유럽인들에게 널리 전했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붉은 카펫을 깔고 하타미를 환영하는데 대해 미국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제임스 루빈 미 국무부대변인은 10일 “이란이 서방세계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테러지원과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이탈리아가 이란손님에게 똑같은 관심을 표시해주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테러를 후원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유럽과 이란의 화해가 아직은 성급하다는 것.

그러나 하타미는 4월 프랑스를 방문하는 등 유럽과의 화해를 계속할 예정이다. 유가하락으로 인한 이란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럽과의 관계개선이 절실하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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