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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2월 25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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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심기가 불편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 제목만 봐도 부아가 치밀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배우 겸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는 그래도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말할 것이다. “이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알겁니다. 인생은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외국어영화상 등 7개부문 후보에 오른 이 영화는 외국어영화로는 20년만에 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에 나란히 노미네이트돼 화제를 뿌리고 있다. 로베르토 베니니는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의 세 부문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한없이 따뜻하고 유쾌하고 생기발랄한 이 영화는 유머와 상상력에 관한 우화(寓話)다. 굳은 영혼까지 움직여주는 유머와 어떤 비극도 이겨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상상력 덕분이다.
주인공 귀도(베니니 분)가 ‘공주’라 부르는 여자 도라(니콜레타 브라스키)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는 전반부는 동화처럼 달콤하고, 유태인 수용소로 끌려가 고초를 겪는 장면도 침통하거나 감상적이지 않다.
원맨쇼 코미디언 출신의 베니니는 ‘유머는 힘이 세다’는 진리를 정교한 각본과 기지에 넘치는 연출로 증명한다. 영화 도입부,자동차 브레이크가 고장나 정신없이 달리는 차 속에서 팔을 앞으로 쭉 편채 “비켜요,비켜”하는 장면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다가올 파시스트의 집권과 세계 2차대전에 대한 유쾌한 복선이다.
싸움질하는 아이들에게 “베니토(무솔리니의 이름), 아돌포(히틀러의 이름), 착한 아이가 돼야지!”하고 꾸짖는 대사는 최상급의 웃음을 안겨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나치의 만행과 유태인 대학살 같은 가장 비인간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 지닌 상상력의 위력을 유감없이 드러낸 점일게다. “이 모든 것은 신나는 게임이란다”하고 상상력을 부풀려준 아빠 덕에 꼬마가 살아남아 엄마와 껴안는 마지막 장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포옹이다. “정말 인생은 아름답구나”싶어질 만큼….
〈김순덕기자〉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