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그리스 또 격돌…오잘란 체포 계기

  • 입력 1999년 2월 23일 19시 01분


“테러리스트나 지원하는 불법국가 같으니라고.”(터키)

“우리는 인도적 차원의 지원만 했을 뿐이다. 오잘란 재판이나 공정하게 잘해라.”(그리스)

‘영원한 앙숙’ 터키와 그리스가 쿠르드족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의 체포를 계기로 또다시 맞붙었다.

터키 관영일간지 후리예트는 “그리스가 쿠르드노동자당(PKK) 측에 로켓포 등 무기를 제공했으며 PKK 게릴라에게 폭파술 및 게릴라 전술을 가르치기도 했다고 오잘란이 진술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술레이만 데미렐터키 대통령은 즉각 그리스를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는 한편 “그리스가 불법행위를 계속한다면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그리스는 “갈 곳 없는 쿠르드 난민을 인도적 차원에서 보호했을 뿐 군사훈련은 시킨 적 없다”며 펄쩍 뛰고 있다.

케냐주재 그리스대사관이 오잘란을 12일간 숨겨준 점에 대해서도 터키는 불만이 많다.

한편 그리스는 22일 오잘란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럽연합(EU) 외무장관회의에서 “터키의 공정한 재판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EU가 강력한 성명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해 터키를 압박하고 나섰다.

과거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를 받았던 그리스는 터키에 대해 뿌리깊은 반감을 갖고 있다.

오잘란에 대해 그리스국민의 동정 여론이 높은 것도 ‘적의 적은 동지’라는 생각 때문. 오잘란 체포에 따른 책임을 지고 그리스 장관 3명이 사임했을 정도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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