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전문가 토머스 프리드먼 NYT칼럼]

  • 입력 1999년 2월 1일 19시 57분


《미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재판때문에, 이스라엘은 5월 조기총선때문에 혼란에 빠져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최근 혼란을 겪고 있는 두나라 지도자를 비교하는 독특한 시각의 칼럼을 게재했다. 국제관계전문가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성추문에 관해서는 「부정직」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정직」해 미국사회의 통합과 번영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배냐민 네타냐후총리(애칭 비비)는 성생활에 관해서는 정직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부정직해 혼란을 부추기고 이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비비와 빌, 두나라의 지도자」라는 제목의 칼럼 요약.》

93년 1월 네타냐후 이스라엘총리가 ‘사라’라는 여성과 바람을 피운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가 세번째 결혼을 한 지 불과 2년밖에 안된 시점이었다. 네타냐후는 즉각 TV회견을 갖고 사실 모두를 고백했다.

그는 약 1주일간 부인으로부터 닥달을 당했지만 ‘정직한 고백’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지난밤에 총리가 어디에 있었는가’ 보다는 중요한 문제가 많다며 총리의 외도를 문제삼지 않았다.

네타냐후의 정치적 측면은 어떤가. 그를 지지하는 핵심 우익층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공존을 담은 오슬로협정을 싫어한다. 그러나 네타냐후에게는 오슬로협정을 지지하는 중도파의 지지도 필요하다.

▼ 정직한 고백과 분열정책 ▼

그런데도 그는 중도 좌우파의 입장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분열정책을 쓰고 있다. 그는 자신의 지지층인 우익이야말로 이스라엘 국익의 진정한 대변자라고 추겨 세우면서 좌파와 분열시키는데 몰두하고 있다.

또 자신과 의견을 같이 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좌익’으로 몰아세움으로써 이스라엘 유권자들을 좌우 양쪽으로 분열시키는데 몰두하고 있다. 네타냐후가 이즈하크 모르데차이 전 국방장관을 “고리타분한 좌익”이라고 비난하며 해임하자 그가 즉각 보수당을 탈당해 네타냐후와 갈라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가 누구도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네타냐후가 그의 핵심 지지자들까지 수차례씩 속였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반면 클린턴대통령은 전 백악관 인턴과의 추문과 관련한 ‘부정직’으로 추궁당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정치란 극단적인 주장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중도연합을 구축하는 것이다. 네타냐후가 중앙에 커다란 골을 파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 중도연합 구축 곤경모면 ▼

클린턴은 민주당 내부에서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정책의 조화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상대당인 공화당과도 ‘정책적인 연대’를 서슴지 않는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정치의 진실이라면 클린턴은 정치적으로는 정직한 사람이다.

특히 그는 자신과 민주당의 많은 정책이 공화당으로부터 ‘훔친 것’임을 인정했다. 민주당이 21세기 핵심적인 정책들로 내세우고 있는 복지제도개혁 균형예산 미사일방어체계 구축 등은 모두 공화당에서 빌려온 것이다.

클린턴의 이같은 정치적 정직성은 개인적인 추문을 압도하고 있다.

〈정리〓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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