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나시예프 駐韓러시아대사에 듣는다]

  • 입력 1999년 1월 31일 20시 25분


《극동지역에서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는 한반도 정세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과는 한때 양국간에 외교관 맞추방으로 관계가 경색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또 국내에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해 블라디보스토크―훈춘(중국)―나진선봉으로 이어지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두만강 개발계획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최맹호국제부장이 예브게니 아파나시예프러시아 대사를 만났다.》

아파나시예프대사는 대담에 앞서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한―러관계에 새 장을 여는, 상당히 중요하고 성공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홍장관의 이번 방문으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러시아 방문도 결정됐으며 아울러 한―러간에 각료회담 개최, 경제분야의 활발한 교류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국간에는 지난해 외교관 맞추방 사건이 있었는데 언제쯤 원상회복이 될 것으로 봅니까.

“두 나라 공관의 외교관 수가 꼭 같아야 한다는 합의는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 외교관 수가 다를 수 있으며 그때의 합의에 따라 이뤄질 것입니다. 두나라 정보당국이 상호주의 원칙에서 서로 협의할 것입니다. 정보당국간 교류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양측은 상호 협력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가령 마약밀수라든지 범죄예방 등에 관해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그러한 교류는 계속될 것입니다.”

―러시아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중요한 나라입니다. 러시아는 한반도 평화를위해 어떤 역할을 할수 있을까요.

“러시아가 중요하다는 평가에 동의합니다. 러시아는 여러 방면에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선 러시아는 대한민국과 우호친선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동시에 러시아는 북한과도 수교하고 있습니다. 또 대한민국과 북한의 제삼자로서 러시아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러시아는 동북아문제를 놓고 중국 미국 일본 등과 빈번히 접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포함된 4개국은 한반도 평화유지와 관련해 남북한에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6자회담의 차원에서 이러한 논의를 할 수 있고 또는 폭넓은 국제포럼 차원에서 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어떤지요. 61년 맺은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도 96년 만료되면서 새로운 조약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러시아는 최근 북한과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한과는 국경을 접하고 있고 정치적 경제적 공동국익이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과 정상적이자 최선의 관계를 가질 의지를 갖고 있어요. 조―소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이 만료되고 양국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새로운 조약에 관한 작업이 거의 끝났습니다.”

―북한의 금창리 지하시설이 핵관련 시설이라는 의혹이 있는데요.

“러시아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해왔습니다. 우리는 핵무기비확산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한반도는 반드시 비핵지역이 돼야 합니다. 미국은 금창리 시설이 핵시설이라는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핵이나 미사일에 대해 북한의 불투명성이 위기를 조성하는 것 아닌지요.

“북한과 미국이 지금 협상중입니다.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지요. 94년 북―미(北―美)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기 전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또 북한은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문제도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이 지역 여러나라가 관련돼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할 것입니다.”

―최근 한국 정부가 북한 미사일의 Y2k문제를 해결해 주도록 러시아에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발로 인한 남북간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만약 북한이 원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북한이 원한다면 이 일은 간단하게 해결될 것입니다. 러시아는 북한에 미사일 개발을 지원하지도 않았고 또 지원할 수도 없습니다. 구소련때도 양국간의 협력은 핵발전소, 즉 평화에너지 분야에서만 이뤄졌습니다.”

―러시아의 경제난으로 귀국의 핵전력 통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국제테러집단 등에 러시아의 핵무기가 밀거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러시아가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핵무기에 대한 통제는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핵통제와 관련해 아주 완벽한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핵을 보유한 다른 나라와 똑같이 밀유출을 철저히 막고 있고, 사실 더 엄격하게 막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미국과 일본간의 군사협력이 증대되고 있는데요.

“전역미사일 방위체제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부정적인 입장을 발표했습니다.(미―러시아간)미사일 통제에 관한 현행 조약은 유효하며 무조건 지켜져야 합니다. 이를 어기게 되면 엄청난 악영향이 나타날 겁니다.”

〈정리〓이종환기자〉ljhzip@donga.com

▼ 아파나시예프대사 약력 ▼

△1947년 러시아 남부 돈강 로스토브 출생 △70년 모스크바 국립 국제관계대학교 졸업 △70∼84년 주중, 주미 소련대사관 근무 △87년 외무장관 보좌관 △87∼92년 주미 러시아대사관 참사관 △92∼94년 외무부 아주1국 제1부국장 △94∼97년 외무부 아주1국장 △97년6월∼ 주한 러시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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