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英 「유로 파장」분석 분주

  • 입력 1999년 1월 5일 20시 06분


《유로는 세계 경제에 순풍이 될까 역풍이 될까. 유로가 4일 성공적으로 시장에 데뷔하자 세계 각국은 일제히 유로가 미칠 파장분석에 돌입했다. 특히 유로가 달러와 함께 ‘기축통화’로 무난히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제 강국인 미국 일본 그리고 유로가입을 유보했던 영국은 크나큰 관심속에 유로가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美 『일단은 지켜보자』

유로 출범에 따른 미국의 손익계산은 엇갈린다.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은 “유로가 무역 파트너인 유럽의 번영에 도움이 된다면 미국에도 유익할 것”이라며 “미국은 잃을 것은 없고 얻을 것만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지는 4일 유로가 성공을 거두면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헤게모니(주도권)를 위협해 결국 미국의 자본차입 비용을 늘리는 불이익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문은 반대로 유로가 실패한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에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유가상승이나 금융위기 지속 등의 경제적 충격으로 유로가 비틀거리게 되면 유럽국가들이 개발도상국에 대해 시장을 닫는 보호무역주의 경향을 노골적으로 나타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

유럽이 보호주의 경향으로 흐르면 미국은 현재처럼 신흥공업국의 수출품을 소화해줘야 하는 등 혼자 세계 경제안정의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유로가 안정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리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유로가 성공하면 달러화가 반세기동안 누려온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달러화는 세계 각국이 갖고 있는 외환보유고의 60% 가까이를 차지하는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이는 유럽지역의 전체 외환보유고의 4배나 되는 규모다.

유로가 성공할 경우 달러화 중심의 판도가 바뀌고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英 『조속참여』 목소리★

유로 불참에 따른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유로에 조속히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4일 “유로출범에 따른 유럽경제의 부흥으로 영국경제도 함께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금융업 종사자들과 기업인들은 “유로에 참여하지 않아 큰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며 초조해하고 있다.

이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위치한 프랑크푸르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런던이 유럽금융중심지의 지위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의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제조업자들은 또 “유로랜드 국가들간 가격격차와 거래비용이 줄어 제품가격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비싼 영국제품은 가격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해외투자 유치에서도 환차손의 위험이 있고 추가 외환거래비용이 드는 영국이 유로랜드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따라 영국산업동맹(CIB)을 비롯한 영국 재계는 유로화폐가 실제로 사용되는 2002년 이전에 유로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日 『엔화 국제화 시급』★

유로가 국제금융시장에서 강세를 보이자 일본에는 유로의 위력을 실감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유로가 미국 달러에 필적하는 주요 기축통화로 성공적으로 정착할 것으로 보고 ‘엔화 국제화’와 ‘유럽과의 협력강화’를 두가지 축으로 하는 대응전략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유럽단일통화권의 출현으로 국제통화체제가 달러와 유로의 ‘2극(極)기축통화체제’로 개편돼 자칫하면 일본 엔이 지역통화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라 이같은 방침을 세웠다.

6일부터 시작되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총리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3개국 방문은 유로 출범에 따른 일본의 대응방침을 국제사회에 공식천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오부치총리는 4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문길에 달러 위주의 기존 국제통화체제를 달러 유로 엔 등 ‘3극 기축통화체제’로 개편할 것을 유럽 정상들에게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당분간 유럽 각국과의 연대를 통해 국제경제에서 미국의 독주체제를 견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