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젊은이들, 佛 외인부대 지원 열기…"새로운 세계 도전"

  • 입력 1999년 1월 2일 20시 06분


세계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프랑스 외인부대(레종 에트랑제)에 지원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이국에서의 색다른 ‘도전’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MF)난국 속의 피곤한 일상을 떨쳐버리고 싶다.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 의무복무기간 뒤 프랑스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는 조건도 관심을 끈다.

지난달 28일 김모씨(25·경기 안양시 안양7동)등 20대 2명은 외인부대에 지원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났다. 김씨는 “답답한 현실을 떠나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과 호흡을 함께하며 거칠지만 사나이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지원자 박모씨(26·부산 사하구 다대동)는 “도전과 성취를 통해 나 자신의 강인함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5년6개월의 군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2월 공수특전여단에서 중사로 제대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프랑스 외인부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지난해 초. 주한 프랑스대사관에 따르면 97년만 해도 외인부대에 관한 문의가 한달 평균 10여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부터는 하루 2,3명씩 찾아와 입대 자격과 절차 등을 묻고 있다. 이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외인부대에 입대했다 자퇴하고 외인부대 정보교육센터를 차린 김상현(金相泫·28)씨는 “94년 2명이던 한국인 외인부대원이 현재 7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매일 20여통씩 문의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외인부대는 국적에 상관없이 만 17∼40세의 남자를 대상으로 신체검사 등 일련의 테스트를 거쳐 선발한다. 어학능력 개인신상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선발 및 훈련과정이 혹독해 지원자의 90%가 탈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개월의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배치되면 초봉 5천프랑(약 1백1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또 의무복무기간 5년이 지나면 프랑스 시민권 취득 등 다양한 혜택도 준다.

전 세계에서 지원자들이 몰려들어 몇 십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것이 보통. 한국인들은 대부분 군경험이 있는데다 특수부대원출신이나 갓 제대한 전역병 중심으로 지원이 이루어져 합격률이 높은 편.

그러나 세계적인 분쟁지역에 외인부대를 우선적으로 투입하는 만큼 ‘목숨건 도전’이기도 하다.

외인부대에 관한 책을 펴낸 임영훈(任永訓·44·의사·울산 중구 남외동)씨는 “외인부대원이 되면 도전정신과 세계를 보는 눈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훈련과정이 혹독해 웬만한 각오 없이는 대원이 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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