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개혁개방 20년]경제규모 20배 성장…삶의질 향상

  • 입력 1998년 12월 13일 19시 06분


《18일로 중국의 ‘작은 거인’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올린 지 20년을 맞는다. 덩은 78년 12월18일 당 제11기 3차중앙위 전체회의에서 실권을 장악한 뒤 사회주의체제에 자본주의를 접목하는 전인미답의 대실험에 들어갔다. 경제혁명이라는 ‘2단계 대장정’의 성공으로 중국은 세계의 초강국을 넘보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 20년과 전망을 짚어본다.》

중국 베이징(北京)에 사는 왕궈칭(王國慶·40)은 매달 마지막 금요일 밤이면 여행을 떠난다. 아내와 중학생인 딸과 함께 야간열차를 타고 시안(西安) 타이산(泰山) 등 명승지를 돌아보는 주말여행이다. 95년부터 실시된 직장의 토요일 휴무조치로 연휴를 즐길 수 있기 때문.

왕씨부부는 모두 직장에 다니는 맞벌이부부로 이곳에선 ‘일가양제(一家兩制)형 부부’로 불린다. 왕씨는 자본주의형 직장인 외국인회사, 부인은 사회주의형 직장인 학교교사다.

두사람의 수입을 합치면 월 5천위안(元·약 65만원), 연 6만위안으로 신흥부유층에 속한다. 주말여행을 하지 않을 때는 비디오CD시청 외식 운전연습 등으로 소일한다. 20평짜리 집을 사기 위해 저축한 돈이 30여만위안이나 되지만 최근에는 자동차 구입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부인이 다니는 학교에서 배정해준 집이 10여평으로 좁긴 하지만 자동차를 사 레저를 즐기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다.

개혁개방 20년은 중국인의 생활을 1백80도 바꿔 놓았다.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쌀 기름 옷 등을 사기 위해 배급표를 들고 상점앞에 긴 줄을 서야 했던 사회주의 관행은 완전히 사라졌다.

도시주민 1인당 연평균 소득은 78년 3백43위안에서 지난해 5천2백1위안(약 66만원)으로 늘어났다.

각종 가전제품의 보급속도는 ‘삶의 질’의 향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85년 도시 1백가구당 컬러TV는 17.2대, 냉장고는 6.6대, 세탁기는 48.3대에 불과했으나 98년 상반기 현재는 각각 1백대, 73대, 89대이다.

연수입 5만위안 이상인 신흥부유층도 형성되고 있다. 그 숫자는 가족까지 포함해 약 3천만명으로 12억 중국인구의 2.5%이며 그들은 선진국 국민 못지않은 소비생활을 즐기고 있다. 고급외제품을 주로 파는 베이징의 싸이터(賽特)백화점에선 보석류 고급의류 장신구 등 고가품이 날개돋친듯 팔려나간다. 베이징시내의 홍콩메이스팅(美食廳) 순펑(順峰) 등 유명 광둥(廣東)요리집은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 외국인이 주로 드나들던 골프장은 지난해를 고비로 중국인이 더 많아졌다.

20년간 경제력은 엄청나게 신장했다. 79년 국내총생산(GDP)이 3천6백24억위안이었으나 97년 7조4천7백22억위안(약 9천35억달러)으로 20.6배나 늘었다. 세계7위의 경제규모.

78년 세계 27위였던 교역액은 97년 3천2백51억달러로 세계10위, 외환보유고는 78년 1억6천7백달러에서 올해 1천4백억달러를 넘었으며 홍콩보유분 9백60억달러까지 합치면 일본(2천2백80억달러)을 제치고 세계1위다. 급성장한 경제력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정치경제적 위상을 크게 높였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와중에서도 위안화 환율을 고수해 아시아 지도국으로서의 지위를 굳혔다.

경제성장의 실적만 놓고 본다면 개혁개방 20년은 중국정부의 표현처럼 ‘눈부신 20년(輝煌的 二十年)’이었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heb86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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