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세태풍자 올 유행어]파벌로 총리된 오부치 「凡人」

  • 입력 1998년 12월 3일 19시 37분


‘가라오케’라는 합성어에서 나타나듯 일본인은 ‘조어(造語)의 천재’로 불린다. 정치 경제 사회현상을 압축해 보여주는 신조어를 유난히 잘 만든다.

올해 일본인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유행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올해 7월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한 세 후보를 비유한 ‘범인(凡人) 군인(軍人) 비인(非人)’이 눈에 띈다. 고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전총리의 딸로 ‘여걸’이라는 별명을 가진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의원의 조어다.

특별한 특징이 없이 파벌논리에 의해 당총재가 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와 구 일본군출신인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전관방장관, ‘정계의 고독한 늑대’로 불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전후생상의 특징을 절묘하게 압축해 화제가 됐다.

오부치총리의 어눌함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보캐빈(貧·영어의 보캐뷸러리와 한자 빈의 합성어)과 미국 뉴욕타임스가 그를 냉소적으로 평한 ‘식은 피자’도 인구에 회자됐다.

현실주의적 정책을 취하고 있는 후와 데쓰조(不破哲三)공산당위원장의 ‘스마일 코뮤니스트(웃는 공산주의자)’도 각광을 받은 신조어.

취임후 줄곧 화제를 몰고온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경제기획청장관이 말한 ‘일본열도 총불황’, 금융기관의 안이한 자세를 꼬집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유해시비를 불러온 ‘환경호르몬’도 크게 유행했다.

선동렬을 꺾고 일본 프로야구 세이브왕이 된 데 이어 팀을 38년만에 일본시리즈에서 우승케 한 요코하마 베이스타스팀의 투수 사사키의 별명인 ‘하마(요코하마)의 대마신(大魔神)’도 인기를 끈 신조어였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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