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피노체트 스페인 인도여부 관심

  • 입력 1998년 11월 26일 19시 05분


영국의 최고 법원격인 상원 5인 재판부가 25일 칠레의 독재자였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3)의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반인류범죄를 저지른 각국의 독재자들을 외국에서 단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반인류범죄를 저지른 자는 국경과 소멸시효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든 처벌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만들어진 셈이다.

영국 상원 5인 재판부는 이날 “피노체트가 국가원수였다고 해도 면책특권을 누릴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피노체트의 면책특권을 인정했던 지난달 28일 런던고법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3명이 면책특권 불인정에 찬성했고 2명이 반대했다.

피노체트의 운명은 어떻게 될건가. 물론 이번 판결로 피노체트의 처벌 가능성이 커졌으나 그가 자동적으로 스페인에 넘겨지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잭 스트로 내무장관은 우선 다음달 2일까지 피노체트에 대한 신병인도절차를 밟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만약 스트로장관이 건강악화 등 인도적 이유로 절차를 밟지 않기로 결정하면 피노체트는 석방된다.

그러나 사법철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할 경우 법원은 신병인도요청에 대한 타당성을 심사하게 된다. 피노체트는 이 과정에서 법적 대응을 계속해 최대한 신병인도를 늦추는 ‘지연작전’을 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법적 공방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이때문에 피노체트의 귀국허용을 요구하고 있는 칠레와 그의 신병인도를 요청한 스페인이 모두 스트로장관에게 ‘압력’을 넣기 위해 영국정부로 보낼 외교문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노체트의 면책특권 불인정에 따라 지난날 인권탄압을 자행한 아프리카와 남미의 군부 독재자들이 비슷한 운명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과거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에 참여한 주요 인사의 경우 스페인의 가르손판사가 이미 국제체포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에 외국으로 갈 경우 체포될 수 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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