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피노체트-伊 오잘란 「뜨거운 감자」쥐고 쩔쩔

  • 입력 1998년 11월 24일 19시 49분


영국과 이탈리아가 각각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외국인을 덜컥 체포했다가 해결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두 나라의 ‘뜨거운 감자’는 지난달 16일 런던에서 체포된 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와 12일 로마공항에서 체포된 쿠르드족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 양국은 두 사람 모두 몇몇 나라의 이해관계가 걸린데다 범죄행위에 대한 해석까지 명확하지 않아 쉽게 단안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피노체트〓영국의 최고 법원 역할을 하는 상원의 5인 재판부는 25일 피노체트의 ‘운명’을 발표한다. 영국 사법당국은 1심에서 피노체트의 면책특권을 인정했기 때문에 당초에는 상원이 이를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상원이 5일 발표하려던 계획을 20일이나 연기하는 등 진통이 계속돼 1심 판결이 번복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칠레는 피노체트가 체포된 직후부터 줄기차게 전 국가원수의 면책특권을 내세워 석방을 요구해 왔으며 그를 수송하기 위한 특별기까지 영국에 대기시키는 등 ‘외교적 압력’을 넣고있다.

피노체트는 영국이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전쟁을 벌일 때 남미 국가중 유일하게 영국 편을 들어준 옛 동지이기 때문에 영국정부도 입장이 난처하다.

그렇다고 석방하면 신병인도를 요청한 스페인과 처벌을 주장하는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등 유럽국가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상원이 면책특권을 인정하면 피노체트는 귀국하지만 1심을 뒤집을 경우 반인류범죄혐의로 재판에 회부된다.

▼오잘란〓오잘란은 쿠르드노동당(PKK)을 창당해 터키내 쿠르드족의 독립운동을 이끌고 있는 인물. 테러 및 전쟁을 부추겨 3만여명의 터키인을 살해하게 한 주동자로 꼽히고 있다.

터키는 오잘란이 이탈리아 당국에 체포되자 신병인도를 요청했으나 이탈리아는 사형될 위험이 있는 외국인의 본국 송환을 금지한 국내법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탈리아 법원은 20일에는 주거를 로마시내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오잘란을 석방했다.

터키가 이탈리아산 제품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자 이탈리아는 “오잘란의 체포는 독일의 지명수배에 의한 것”이라며 독일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독일은 “오잘란을 지명수배한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 이탈리아에 잡아달라고 했느냐”며 발을 빼 이탈리아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 더구나 독일의 신병인도요청기간 40일이 지나면 오잘란은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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