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클린턴/美국민 반응]『스타보고서에 식상』

  • 입력 1998년 9월 14일 19시 22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섹스스캔들에 관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의회 보고서가 공개된 3일째인 13일 미국인은 ‘최근 며칠간은 미국사에 없었으면 하는 날’로 여기는 것 같다. 마침 일요일인 이날 교회에 다녀온 미국민 대부분은 대통령이 저지른 추태에 대한 수치심과 혐오감으로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스타 보고서가 두 사람간의 관계를 지나치게 상세히, 그리고 외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으로 거부감이 높아가고 있다.

스타특별검사의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클린턴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국민들은 클린턴 대통령의 성행위에 대해 혐오감을 보이면서 동시에 나라가 대통령 사임이나 탄핵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것을 원치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13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스타보고서에 대해 “지나치게 구체적”이라는 의견을 보였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것외에 클린턴 대통령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없다는 응답자도 62%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포스트에 보도된 일반 시민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했다.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 사는 진저 볼트는 “스타 검사는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R등급의 포르노물을 제작했다”면서 “우리가 몰라도 될 사생활에 대한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있는 것은 정말 유감”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마거릿 오코너는 “스타 보고서에 식상했다”면서 “아이들이 섹스용어에 관해 물어올 때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콜로라도주 볼더에 사는 한 시민은 “나라를 음란하게 물들이고 있는 섹스 스캔들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 나는 아예 스타 보고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코판스키처럼 “국민들이 수치심을 들도록 상황을 몰고온 것은 대통령의 책임”이라면서 클린턴의 자진사임을 촉구한 의견도 적지 않았으나 상대적으로 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백악관은 미 전역에서 발행되고 있는 신문 중 13일자 사설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한 신문은 25개사인 것으로 집계했다.

이중 발행부수가 25만부를 넘는 신문은 7개에 불과했으며 거의 대부분인 나머지 신문들은 단지 이번 스캔들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평가했을 뿐 직접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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