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은 힘빠진 上王?…꼬리무는 사임說로 곤욕

  • 입력 1998년 8월 28일 19시 36분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내정의 총체적 위기로 “대통령직 사임서에 서명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크렘린당국은 사임설을 즉각 부인했으나 옐친이 곧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가 다시 총리직을 맡는 조건으로 ‘옐친 사임’을 요구했다는 설까지 나왔다.

옐친 사임설의 배경에는 그럴듯한 근거들이 있다.

우선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가 정국을 주도하면서 옐친이 소외돼 있는 현 러시아 정국상황이 그렇다. 체르노미르딘은 옐친을 제쳐두고 26,27일 우크라이나에서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를 만나 위기해소방안을 협의한데 이어 우크라이나대통령 및 벨로루시대통령과도 면담했다. 모스크바로 돌아온 뒤에는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당수, 에고르 스트로예프 상원의장 등 주요 정계지도자들과 만나는 등 난국 수습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옐친은 국가위기상황이 계속되는데도 6주간의 휴가를 보내다 28일에야 크렘린으로 돌아왔다. 그의 이런 행동이 사임설과 건강악화설을 증폭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서방 분석가들은 옐친이 당장 물러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9월1,2일에는 모스크바에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있다. 러시아에는 탄핵제도가 없어 대통령직을 물러나는 일은 본인의 사임뿐이다. 때문에 의회 또는 국민의 사임압력이 유일한 대안이다.그러나 사임여부와 관계없이 옐친은 내정전반에 걸쳐 이미 실질적인 통치력을 잃었으며 레임 덕 현상도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게 서방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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