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세력 개혁제동-지도부 무능이 러 혼미 불렀다

  • 입력 1998년 8월 28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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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정치 사회적 불안과 특히 국가부도사태로 치닫는 경제위기의 배경에는 보수세력의 제동과 지도부의 무능이 복합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공산당 등 보수층이 보리스 옐친대통령과 세르게이 키리옌코 전총리의 경제개혁에 제동을 걸면서 러시아는 혼미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 서방측 러시아전문가들의 견해다.

보수세력은 신흥 과두재벌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러시아정부가 25일 단기외채 조정안을 발표한 후 서구투자자들은 “과두재벌 등을 중심으로 한 소수의 러시아 지도층이 외국 투자자본을 약탈했다”고 비난했다.

▼보수세력의 저항과 부도덕성〓과두재벌은 구소련 붕괴이후 주로 국영기업과 은행을 인수해 운영하며 새롭게 등장한 신흥부유층으로 석유회사 언론사 항공사 철강업체 주요 민간은행을 운영하며 부를 축적했다.

이들은 키리옌코총리가 집권한 후 세수증대와 부실은행 등의 구조조정을 위해 6월23일 제시한 ‘경제위기 극복 프로그램’에 대해 극력 저항해 무산시켰다. 과두재벌들은 세금납부 반대 운동을 펴 정부의 세수실적이 25%에 불과한 형편. 세수부진으로 인한 재정적자와 채권미상환은 러시아 환란의 도화선이 됐다.

이들은 또 상당량의 루블화표시 채권(GKO)을 발행, 과도한 외채도 안고 있어 17일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루블화 평가절하와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해 ‘환란주범들이 환란을 이용해 이득을 봤다’는 비난을 샀다.

▼키리옌코 실각〓개혁파인 키리옌코 실각에도 보수세력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리옌코 전총리는 27일 모스크바 타임스 회견에서 “자신은 러시아의 소수 지배집단의 노여움을 사 해임됐다”면서 러시아 자본주의가 소수 ‘귀족 재벌’들에 의해 통제되는 남미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24일 부총리직을 사임한 보리스 넴초프도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와의 회견에서 “키리옌코는 대다수 은행을 정부 관리하에 두고 석유회사 등 주요 기업들에 대한 파산절차에 착수하려다 해임됐다”고 전했다.

▼지도층의 무능〓옐친대통령의 내정통제력이 약화되어 왔었다. 이번 경제위기에도 대통령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96년 대선때 과두재벌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쓴 약점이 있어 이들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수세력과 연계된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는 국가두마(하원)도 사사건건 정부의 개혁정책에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제안보환경우려〓러시아 보수세력의 득세 조짐에 대해 안보환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미 CBS 방송은 “과두재벌의 반개혁 움직임이 공산당 등 보수파와 연결돼 보수정권이 러시아에 들어서는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의 재무장 강화가 불가피하다”며 유럽에 다시 긴장이 고조돼 국제안보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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