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입 『개봉박두』…17일 백악관서 CCTV 증언

  • 입력 1998년 8월 14일 19시 56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마침내 17일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에 대해 증언한다. 미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행위와 관련해 형사사건에서 증언하는 것은 클린턴이 처음. 과연 클린턴은 진실을 말할 것인가.

이날 증언은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따른 파격적인 형식과 증언내용이 불러올 정치적 파장으로 인해 엄청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증언방식〓클린턴대통령은 연방대배심에 출두하는 대신 백악관에서 폐쇄회로TV를 통해 증언한다. 이런 간접 증언방식은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와 백악관측의 타협의 산물. 지난달 18일 연방대배심에 출두해 증언하라는 소환장을 발부받은 클린턴대통령은 ‘제삼의 방법이라면 성실히 질문에 응하겠다’며 특별검사팀의 양해를 얻었다.

17일 오전 백악관 집무실 또는 전쟁지휘실에서 진행될 증언은 폐쇄회로TV로 연방대배심에 생중계된다. 클린턴대통령은 개인변호사인 데이비드 캔들의 도움을 받아 스타검사의 신문에 답변하게 된다. 백악관 근처 연방법원에 모인 23명의 배심원들은 이를 지켜보면서 특별검사팀에 수시로 전화를 걸어 추가 질문을 전달할 수 있다. 생중계에는 도청에 대비해 음성변조와 엄격한 통신보안장치가 동원된다.

▼예상답변〓클린턴대통령은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시인할 수도 있고 부인할 수도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미 1월 폴라 존스 성희롱사건에서 ‘증인선서 후’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부인했다. 백악관은 계속 이러한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클린턴대통령이 이번 증언에서도 성관계를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가 간단치는 않다. 6일 있었던 르윈스키의 연방대배심 증언내용이 알려지면서 두 사람이 성관계를 가졌다고 믿는 미국인이 많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짓진술을 했다”는 의혹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그렇다고 클린턴이 ‘성관계가 있었다’고 답한다면 위증혐의가 적용된다. 그 경우 스타검사가 의회에 제출할 보고서의 수위가 높아져 탄핵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클린턴대통령이 “‘성관계’는 없었지만 ‘성적인 접촉’은 있었다’”고 인정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14일 백악관 보좌진이 이같은 답변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1월 폴라 존스 성추행사건에서 클린턴대통령에게 무혐의를 선고한 수잔 웨버 라이트 판사가 내린 성관계에 대한 정의에서 착안한 것. 당시 라이트판사는 “성적인 욕구를 불러일으키거나 충족시키기 위해 성기나 항문 사타구니 가슴 허벅다리안쪽 또는 엉덩이의 접촉을 성행위로 본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클린턴대통령이 이를 원용, 르윈스키의 진술대로 오럴 섹스가 10여차례 있었으나 이는 성관계가 아니라는 논리를 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도 ‘기술적 진실’일 수는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정직하지 않다’는 인상을 남겨 클린턴대통령에게 정치적 화근을 초래할지 모른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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